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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췄다”…정부, 5·18 당시 성폭행 피해 17건 확인

등록 2018-10-31 10:58:17 | 수정 2018-11-07 10:24:29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국가 공식 사과·재발방지 약속해야”
국가폭력 트라우마 센터 건립,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제언

자료사진,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6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출범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이 저지른 성폭행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들이 정부 조사를 통해 일부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으로 구성·운영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활동을 종료하며, 1980년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내용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에 대한 성고문, 일반시민에 대한 성추행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성폭행 피해자는 10대 학생부터 30대 주부까지 다양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 군인들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은 3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치유 받지 못한 채 당시의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히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육체적 고통보다 성폭행 당한 정신적 상처가 더 크다”,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다”고 끔찍한 기억을 표현하기도 했다.

연행·구금된 여성들은 수사 과정에서 각종 폭력행위에 노출됐다. 속옷 차림의 여성을 대검으로 위협하며 상해를 가하거나 성희롱·성고문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일반시민들에게 성추행을 한 사례들도 다수 있었으며, 여고생이 강제로 군용트럭에 태워져가는 모습, 사망한 여성의 유방과 성기가 훼손된 모습에 대한 목격 진술이 나왔다. 광주지검 검시조서와 5·18 의료활동 기록 등에서 일부 여성 피해자의 부상 부위가 유방 또는 성기라는 기록과 여성이 옷이 찢긴 채 병원에 방문한 사례에 관한 기록이 발견됐다.

공동조사단은 지난 5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증언이 나온 뒤 6월 8일 출범했다. 공동조사단은 피해 접수·면담,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검토, 5·18 관련 자료 분석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해 중복사례를 제외하고 17건의 성폭행 피해 사례 등을 찾아냈다.

공동조사단 접수창구를 통해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12건으로 이 가운데 상담 종결된 2건을 제외한 10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7건은 성폭행, 1건은 성추행, 2건은 관련 목격 진술이었다. 피해일은 5·18 초기인 1980년 5월 19일부터 21일 사이가 대다수다. 성폭력 발생 장소는 민주화운동 초기에 금남로·장동·황금동 등 광주시내에서 중후반 들어 광주교도소 인근과 상무대 인근 등 외곽지역으로 변화했다.

공동조사단은 “이는 당시 계엄군의 상황일지를 통해 확인한 병력 배치와 부대 이동 경로와 유사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였다”며 “피해자 진술과 당시 작전 상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일부 피해 사례의 경우 가해자나 가해자 소속 부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에서는 성폭행 12건, 연행·구금 시 성적 가혹행위 등 총 45건의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발견했다. 다만 해당 자료는 피해자의 개인정보 열람이 제한돼 면담 등 추가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공동조사단은 향후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추가 조사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이 소장 중인 자료 총서와 그간 발간된 출판물 20권, 500여 명에 대한 구술자료, 각종 보고서·방송·통계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성폭행 4건을 포함해 12건의 직접적 피해사례와 다수의 목격 증언을 찾았다.

공동조사단은 피해자 명예회복과 지원을 위해 ▲국가의 공식적 사과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 ▲국가수준의 ‘국가폭력 트라우마 센터’ 건립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 분위기 조성 ▲보상 심의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절차 마련 등을 제언했다.가해자나 소속부대 조사와 관련해서는 ▲5·18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 고백 여건 마련 ▲현장지휘관 등에 대한 추가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상 조사범위에 성폭력 명시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소위원회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조사단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과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이번 조사는 그간 사회적 논의의 범주에서 소외됐던 5·18 관련 여성인권침해행위를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확인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서 “용기 내어 신고해주신 신고자분들과 지금까지도 고통 받고 있는 모든 피해자분들께 위로와 사과를 드리며, 진실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