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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옛 수산시장 상인 절반 새 사옥으로…갈등은 여전
등록 2018-11-09 22:38:50 | 수정 2018-11-10 12: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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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옛 시장 지키던 동료들 대거 이전하기로 하자 상인 한 명 분신 시도
- 9일 오후 찾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옛 시장 농성장 모습. 옛 시장 상인들이 저녁 식사를 하러 자리를 비웠다. 정면에 보이는 대형 건물이 노량진 수산시장 새 사옥이다. (뉴스한국)
노량진 수산시장 논란은 정부가 2004년 12월 추진한 현대화 사업에서 시작한다. 당시 수산물 유통 과정을 체계적으로 바꾸고 안전한 장소를 마련하려 옛 시장 바로 옆에 있던 냉동 창고를 헐고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새 사옥을 만들기 시작했다. 새 사옥은 2015년 10월 완공했고 이듬해인 2016년 3월 정식 개장했다.
수협은 새 사옥 이전 문제를 두고 상인들과 협의를 진행해 왔는데, 사옥을 완공한 때부터 상인 중 상당수가 새 사옥 내부 점포 위치와 높은 임대료를 문제 삼아 이전을 거부했다. 이뿐만 아니라 통로가 좁고 점포 면적이 작아 장사를 하기에 불편하다는 뜻을 피력하며 기존의 옛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건물을 지어 놓은 만큼 수협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었다. 상인과 수협 간의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면서 수협이 옛 시장 상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8월 대법원은 옛 시장에서 장사하는 358개 점포 상인들에게 가게를 비우라며 수협의 손을 들어줬다.
- 수협이 새 사옥 이전 신청 마지막 날로 정한 9일, 258개 점포 중 절반이 가까이가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옛 시장을 지키겠다는 131개 점포 상인들이 저녁에도 집회를 이어갔다. (뉴스한국)
수협의 최후통첩으로 옛 시장 상인 절반이 마음을 바꿨다. 수협은 이날 오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오후 5시까지 입주 신청서를 마감한 결과 구 시장 점포 258개 중 127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구 시장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외부 세력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이전을 방해했음에도 절반 가량이 이전을 신청했다. 3년여간 지속된 노량진 구 시장 불법점유사태가 일단락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협은 "17일까지 신 사옥 이전 업무 지원절차를 마무리하고 정상화에 나선다"고 말했다.
수협은 상황을 상당 부분 수습했다고 보지만 새 사옥 이전을 거부하는 131개 점포 상인들은 여전히 격렬하게 반대한다. 전기가 끊겨 어두컴컴한 옛 시장에서 작은 불빛에 의지해 생선을 손질하던 ㄱ수산 상인은 "이런 명품 전통시장을 놔두고 왜 저길 들어가야 하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남기를 원하는 상인들이 옛 시장에서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나마 차선은 새 사옥 매장 면적을 넓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옛 시장에서 25년 동안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새 사옥은 점포당 면적과 통로가 좁고, 임대료도 훨씬 비싼데 여길 놔두고 왜 들어가겠나"며, "도저히 쉽게 풀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서울시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가 단전·단수 조치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수협이 옛 수산시장 상인들의 퇴거를 요청하며 5일 물과 전기 공급을 모두 중단했다. 단전·단수 닷새째인 9일 오후 옛 시장이 짙은 어둠에 휩싸였다. 멀리 보이는 빛은 상인들이 개별 발전기를 동원해 밝힌 불이다. (뉴스한국)
옛 시장에 남기로 한 상인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부터 시작한 집회에 참석해 새 사옥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데 뜻을 모으고 수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수협은 구 시장 단전·단수를 즉각 중단하라"며 농성 의지를 밝혔다.
한편 집회를 시작한 지 약 30분이 흐른 후 상인들이 갑자기 집회 장소 옆 공터로 우르르 이동했다. 상인들은 고성으로 "잡아 잡아"라고 외치며 한 남성 상인을 바닥에 누른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이들 가까이 다가가자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함께 옛 시장을 지키던 상인들이 대거 새 사옥으로 이전하기로 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한 상인이 자신의 몸에 신나를 부은 것이다. 이를 알아챈 주변 상인들이 발빠르게 제압하고 겉옷을 벗겼다. 한 상인은 "어르신 제발 참으세요"라고 울분을 토하며 설득해 분신 시도를 막았다. 한 차례 소란이 있은 후에도 옛 시장 상인들은 전기가 끊겨 어두컴컴한 집회 현장을 지키며 농성을 이어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