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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처벌 않는 가정폭력처벌법 개정해야…가정 보호에서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등록 2018-11-12 11:26:05 | 수정 2018-11-12 17:14:21

여성단체, 12일 국회서 기자회견 열고 7600여 명 서명 전달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유독 가정폭력에 무관심하고 안일하고 무능한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 이 참담한 현실은 다름 아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에 근거한다."

12일 오전 한국여성의전화 등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141개가 모여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촉구했다. 폭력 가해자와의 가정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폭력으로부터 침해받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이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했고 권미혁·백혜련·위성곤·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여성단체들은 무엇보다 가정폭력처벌법의 가장 큰 문제가 가정폭력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면제해준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법이 '가정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작업이 수차례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가가 가정폭력범죄를 규율하는 별도의 법제를 마련한 이유는 '가정'이 가부장적 위계 질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축소·은폐·지속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현행 가정폭력처벌법 제1조(목적)는 가정폭력범죄를 가해자 개인의 성행 문제로 규정하고, 다른 범죄와 다르게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통해 '가정의 평화와 기능을 회복'하는 데 방점을 둔다.

여성단체들은 "어떤 관계보다 생활상 밀접하고, 안전·신뢰·책임이 필요한 관계의 사람에게 폭력범죄를 저지른 자를 고작 몇 시간의 상담이나 교육·치료만으로 성행을 교정해 폭력으로 점철된 관계를 유지·회복시키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가정폭력을 강화하는 핵심적 요소이자 타개해야 할 대상이 가정폭력처벌법의 핵심 이념으로 작동하는 형국"이라고 질타했다.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거나 가해자를 처벌하면 피해자와 가정 구성원의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로 가정폭력사건을 형사처벌 예외 대상으로 처리하는 실태도 심각한 문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젠더에 기반을 둔 여성 폭력을 조정·화해 등 대안적 분쟁 해결 절차에 의무적으로 회부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2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정폭력처벌법 개정법률안은 17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장을 중심으로 목적 조항을 수정하고 ▷가해자 격리 및 체포 의무화 등 사법경찰관리의 현장 조치를 강화하고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및 가정보호사건으로의 처리 폐지 또는 제한 등 가정폭력 범죄의 형사처벌 원칙을 수립하고 ▷수사·재판절차 상 피해자의 안전과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강화를 담았다.

여성단체들은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동의하는 시민 7600여 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