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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아현동 철거민 박준경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등록 2018-12-06 16:16:40 | 수정 2018-12-06 22:01:30

강제집행 후 3개월 동안 빈집 전전하다 극단적인 선택
5일 기자회견서 유서 공개

박준경 씨가 남긴 유서. (빈민해방실천연대 제공)
"마포구 아현동 572-XX호에 월세로 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이 가방 하나가 전부입니다."

서울 마포구 아현2 재건축구역 세입자 박준경(37·남) 씨는 4일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 박 씨의 유서에는 강제집행의 고통과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다.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씨의 죽음은 국가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하며 유서를 공개했다.

박 씨는 "한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라며,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저희 어머니께는 임대 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서울 마포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3일 오전 11시께 마포구 망원 유수지에서 옷 가방과 유서를 남긴 뒤 사라졌다. 한강경찰대가 수색작업을 하던 중 4일 오전 11시 35분께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박 씨가 살던 아현2구역은 2016년 6월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진 곳이다.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올해 8월부터 24차례의 강제집행이 있었다. 빈민해방실천연대에 따르면, 박 씨는 올해 9월에 이어 10월과 11월 1일까지 세 차례 강제집행으로 지낼 곳을 잃어 개발지구 내 빈집을 전전하며 생활했다. 그나마 지난달 30일에는 이 빈집마저 강제집행 당했고, 이후 거리를 전전하며 추위에 떨었다.

빈민해방실천연대는 "서울시 공문에 따르면 11월 1일 강제집행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이었으나 오후 2시에 집행이 되었고 현장에는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인권지킴이도 없었다. 따라서 이날 집행은 불법으로 진행된 집행"이라며 "인·허가권자이자 관리·감독권자인 마포구청의 살인적인 강제철거 방치는 고인을 절망하게 했다. 특히 아현 2구역 조합은 인가조건인 서울시의 강제철거금지 원칙도 지키지 않았으나 마포구청이 아무런 행정명령도 내리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마포구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1일 발생한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미 서울시가 수사의뢰를 했고 구에서는 조합에 무력 행위가 없도록 행정지도를 보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마포구는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고 구청이 중간자 입장에서 조합과 집행 대상자인 세입자 분들 사이에서 대화하도록 가교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