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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 혐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사망

등록 2018-12-07 17:28:23 | 수정 2018-12-07 23:27:34

가방에 A4용지 2장 분량 유서 "내가 모두 책임" 취지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유족을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이 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수(60)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이 숨졌다. 수사에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 같다는 이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의 말이 나왔다. 유서에는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글이 담겼다고 전해진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께 119 구급대원들이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지상 15층 높이의 건물 1층 바닥에서 이 전 사령관을 확인하고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다. 구급대원들은 오후 2시 53분께 신고를 받은 후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해서는 이 전 사령관의 사망 징후를 확인했다. 경찰은 시신을 수습해 인근 국립경찰병원에 안치했다. 이 전 사령관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전 사령관이 지인의 사무실에 남긴 가방에는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있고,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알려졌다. 이 말은 이 전 사령관이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종종 주변에 했던 말이다. 이 전 사령관의 변호인인 임천영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경찰병원에서 기자들에게 "지인들에게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말을 자주했다"며, "이 전 사령관이 수사에 상당한 압박을 느낀 것 같다. 입회하거나 토의하면서 보면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유서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이 전 사령관이 기무사를 총괄 지휘해 참사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전 사령관은 2013년 10월부터 1년 동안 기무사령관으로 지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권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하자 이 상황을 타개하려 유가족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이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같은 달 29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달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전 사령관을 구속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영장을 기각했다.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이 전 사령관이) 증거인멸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취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사령관을 구속할 사유나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사령관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에 응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만난 기자들에게 "당시 군의 병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부대와 부대원들은 최선을 다해 임무 수행을 했다"며,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의 사망 소식에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 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3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후 이 전 사령관을 불러서 조사하거나 소환 일정을 조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