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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일째 75m 굴뚝에 사람이 있다…파인텍 사태 해결하라”

등록 2018-12-19 15:39:41 | 수정 2018-12-19 22:02:54

철탑‧송전탑‧교각 오른 고공 농성자들 모여 촛불 정부에 해결 촉구
농성 408일 지나도록 문제 해법 없으면 전국으로 투쟁 확대할 수도

19일 오전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후문 굴뚝농성장 앞에서 고공 농성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뉴스한국)
“세월호 구하지 않은 박근혜와 다를 바 없다.” 송경동 시인이 19일 오전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후문 굴뚝 농성장 기자회견에서, 파인텍 사태를 해결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기탁(45‧남)‧박준호(45‧남) 씨가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에 고용 및 단체협약 승계 등을 촉구하며 시작한 높이 75m 굴뚝 농성이 이날로 403일을 맞았다. 그간 철탑‧크레인‧건물 옥상‧굴뚝‧송전탑‧망루‧조명탑‧광고탑‧교각‧아치에 올라 노동문제 해결을 촉구한 경험이 있는 고공 농성자들이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파인텍 사태는 11년 전 시작했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국합섬이 2007년 5월 파산하면서다. 한국합섬에서 천막을 만들던 노동자들은 빈 공장을 지키며 인수할 자본을 찾았다. 2010년 7월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가 주채권은행이었던 산업은행으로부터 한국합섬을 인수해 이름을 ‘스타케미칼(스타플렉스 자회사)’로 바꾸고 이듬해 4월 공장을 다시 돌렸다. 한국합섬에서 일하던 104명을 고용 승계하고 120여 명의 노동자들을 새로 채용해 운영하던 중 2013년 1월 적자를 이유로 폐업을 선언했다. 회사는 노동자 130여 명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했지만 이 가운데 약 30명이 이를 거부했다.

노조 지회장으로 활동하던 차광호(48‧남) 씨는 회사가 이익을 챙기고 빠지는 식으로 먹튀를 한다고 주장하며 회사 청산 및 매각을 반대했다. 이를 막으려 2014년 5월 공장 안에 있던 높이 45m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10명의 노동자가 차 씨와 함께 했다. 차 씨의 굴뚝 농성은 408일 만에야 끝났다. 회사로부터 ▷고용 보장 ▷노동조합‧단체협약 승계 ▷생계 및 생활 보장을 약속한 합의서를 받은 후였다.

노조와 한 합의에 따라 스타케미칼은 2016년 1월 충남 아산에 방수천의 한 종류인 타폴린 생상 공장 ‘파인텍’을 만들어 노동자 11명의 고용을 승계했다. 회사는 애초 2016년 1월 안에 단체협상을 맺기로 했지만 교섭은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며 합의를 이행하지 못했다. 노조는 그해 10월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파인텍이 만들어진 후 아산으로 이주를 포기한 노동자들과 파업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 6명이 차례로 회사를 떠났다. 이렇게 파인텍에 남은 노동자는 차광호‧박준호‧홍기탁‧김옥배(40‧남)‧조정기(36‧남) 5명이다.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자 회사는 기계를 빼고 더 이상 건물 임대를 이어가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물건을 만들 기계도 장소도 모두 사라지면서 노동자들이 갈 곳은 사라졌다. 홍기탁‧박준호 씨는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목동에 있는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의 굴뚝에 올라 스스로 하늘 감옥에 갇혔다. 이들이 이 장소를 선택한 건 스타케미칼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19일로 굴뚝 농성 403일을 맞은 이들의 요구는 회사가 차 씨에게 한 합의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공 농성자들은 “참담한 건 촛불정부라 일컬어지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적폐 정부였던 전 정권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라며, “왜 이토록 노동에 대한 태도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것인가. 왜 우리 노동자들만이 탄압과 짓밟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김 사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유는 ‘노조만큼은 안 된다’ 바로 이것 아닌가. 그러면 이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고 지적했다. 최병승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노동자가 투쟁하면서 사회의 침묵을 깨는 투쟁을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박근혜 때도 (고공 농성이-기자 주) 408일이 309일이 300일이 걸렸지만 최소한의 성과들을 갖고 내려올 수 있었다지만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에서 두 번째 408일을 앞두고 있다”며, “408일이 지나면 저 위에 있는 홍기탁‧박준호 두 동지를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이 정부를 다시 끌어내야 하는 투쟁에 나서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국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 모기업 스타플렉스와 고용노동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뉴스한국)
같은 날 오후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 고용 및 노동조합 승계와 단체협약 이행을 촉구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사장은 399억 원에 한국합섬을 인수하는데 당시 3만 3000평 공장 부지를 포함하면 감정가가 700~800억 원 가까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고용 안정과 공장 정상화를 조건으로 인수하고도 1년 8개월 만에 가동 중단을 얘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먹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대표이사는 파인텍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모든 책임을 거부하고 있지만 파인텍의 전신인 스타케미칼 당시 노조와 고용‧노조 승계 및 단쳬협약 이행 등을 약속했던 당사자가 바로 김 대표이사이며 스타케미칼 청산인도 김세권 대표이고 파인텍의 대표 역시 스타플렉스의 전무이사여서 모든 책임을 스타플렉스가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민표 파인텍 대표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스타플렉스와 파인텍은 별개의 회사다. 노조의 파업 때문에 회사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지난달 11일 YTN)”며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 9월에는 한국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노조원이 스타플렉스 공장에 취업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며 “고생하지 말고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