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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원작을 봐야 하는 이유…서순주의 ‘피카소와 큐비즘’

등록 2018-12-28 17:36:58 | 수정 2018-12-28 17:45:11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서 28일 개막
파리시립미술관 5m 초대형 4점 80년 만에 첫 반출
세잔부터 피카소·브라크·들로네 등 입체파 90점 전시

입체파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입체파의 걸작,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1909)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피카소와 큐비즘전시에서 볼 수 있다. (뉴시스)
서양미술사의 대혁명 ‘입체주의 회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개막한 ‘피카소와 큐비즘’전은 프랑스에서 20세기 미술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파리시립미술관 소장품과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소장품 등 90여 점을 선보인다.

“명화다운 명화를 보여주겠다”며 15년째 꾸준히 명화전을 소개하는 서순주 서울센터 뮤지엄 전시총감독(55)의 ‘블록버스트급 명화전’이다. 서양미술사의 주요 사조와 미술사의 거장을 소개하는 그의 15번째 전시다.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을 기획한 그는 국내 명화전 열풍을 이끈 장본인이다. 그동안 피카소(2006), 모네(2007),반고흐(2007~2008), 르누아르(2009), 로댕(2010), 모딜리아니(2015) 등 세계적 수준의 명화전을 해마다 소개해왔다.

하지만 디지털시대, 컨버전스 등 비주얼전시가 성황을 이루면서 명화전은 그야말로 ‘올드한 전시’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 세계 여행으로 미술관 관람이 필수가 되면서 국민들 눈높이도 올라간 점도 있다.

서순주 전시총감독은 “그러다보니 명화전시를 한다고 하면 ‘진짜 작품’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번 전시에는 입체파 걸작 등 진품 유화 90여 점이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입체주의 전시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전시는 서양미술사의 가장 위대한 미술혁명 입체주의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미술 역사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피카소와 큐비즘전이 개막했다. 입체판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전시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가로 세로 5m가 넘는 대형 작품 4점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1938년 파리 국제전람회에 출품된 로베르와 소니아들로네 부부와 알베르 글레즈의 화려함이 넘치는 색면추상화로 파리시립미술관에서 80년 만에 해외로 반출된 작품이다. (뉴시스)
전시는 입체파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걸작,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1909)과 브라크의 ‘여자의 두상’(1909)과 파리시립미술관에서 80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반출된 5m가 넘는 초대형 작품 4점이 눈길을 끈다.

입체파 회화에 색채의 확장성을 완성한 대표작가 로베르와 소니아 들로네, 알베르 글레즈의 화려함이 넘치는 거대한 색면 추상화다. 1938년 파리국제전람회에 출품된 작품으로 파리시립미술관이 서울에서 특별전을 위해 대여해줬다.

파리시립근대미술관 파브리스 에르코트 관장은 “파리근대미술관과 서순주 전시총감독과 오랜 인연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장품전을 열게 됐다”면서 “서 감독의 끈질기고 논리적인 설득으로 한국에 소개되는 대형 작품들은 한국에서 처음일 뿐만 아니라 미술관 역사상 처음으로 반출한 관외 전시”라고 밝혔다.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가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개막했다. (뉴시스)
현재 세계 미술계는 ‘입체파’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파리 퐁피두센터(2018.10.17~2019.2.26)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 입체파 전시회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입체파 영향을 받은 마르셀 뒤샹(국립현대미술관)과 파리에서 활동한 추상화가 한묵 화백 개인전(서울시립미술관)이 열려 입체파 미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입체파’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미술사조로 오늘날까지 예술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형태의 표현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미술로, 서양미술사의 최대 혁명이자 20세기 미술의 문을 열게 한 장르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묘사했던 전통 회화를 파괴한 입체파, 입체주의는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열쇠다. 콜라주, 다다, 초현실주의, 추상, 미니멀리즘, 팝아트 개념미술 등 다양한 창작의 시대를 여는 모토가 되었다.

1907년 바르셀로나의 여인들을 묘사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현재 뉴욕근대미술관 소장)로 ‘입체파’가 떠올랐지만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폴 세잔이 기원이다.

이번 전시도 폴 세잔이 1882~1883년에 그린 ‘햇살을 마주 본 레스타크의 아침’으로 시작한다. 입방형 지붕 같은 기하학적 풍경이 돋보이는 수채화 같은 그림이다.

‘근대 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잔은 20세기 최초의 미술사조 야수주의뿐만 아니라 입체주의 회화 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방가르드 미술의 스승이다. 그의 사후 1년 후인 1907년에 열린 살롱 도톤느의 ‘세잔 회고전’은 입체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전시를 통해 피카소와 브라크, 드랭, 레제와 같은 젊은 화가들은 세잔의 화풍을 보고 새로운 미술에 대한 방향성을 확인하고 작업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입체파의 문을 열게 한 세잔의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기하학적 축소’에서 시작된다. “자연의 모든 것은 원통, 원추, 원구로 표현될 수 있다. 단순하게 그리는 법을 배우고 나면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입체주의는 왜 등장하게 되었을까.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피카소와 큐비즘전시에 선보인 세잔 작품을 관람객이 집중해서 보고 있다. (뉴시스)
20세기 초 세상은 유래 없는 변화의 시대였다. 애매모호해진 현실에 대해 지성인들의 철학적 의구심이 만연하던 시대였고, 산업의 발달로 문화의 개방과, 동양과 서양, 원시사회와 산업화 사회의 문화적 교류는 세상에 대해 하나의 시각이 아닌 다양한 관점을 요구하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회화는 더 이상 자연을 모방하는데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예술가들 사이에 팽배했다. 이에 엑상 프로방스의 대가 세잔이 “자연은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추출해서 작가의 주관적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작가정신”이라는 이론이 예술가의 사명으로 받아들여졌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처음 본 미국 소설가이자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란 말을 처음 쓴 거트루드 스타인은 “모든 걸작들은 세상에 보여질 때 언제나 추한 모습을 하고 있다”며 괴상하게 보이는 입체파 그림을 옹호했고, 입체주의를 발명한 피카소는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알고 있는 것을 그린다”며 복잡 다양해진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삶과 인간의 모습을 파격적인 미술로 담아내고자 했다.

형상을 쪼갠 듯 난해해 보이는 입체파 그림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해석이 어렵다. 반면 입체파 그림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주었고, 사물을 보는 관점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으며, 추한 것도 미의 개념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미술사 박사이기도 한 서순주 감독은 “전통적 관념과 틀에서 해방된 새로운 조형언어를 만들어낸 입체파는 화면의 다중분할이라는 방식으로 화면구성을 만들어냈다. 인본주의를 가치로 출발한 르네상스 미술이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예술이라면 입체주의는 이성의 예술”이라며 “이성을 바탕으로 기하학적 분석과 종합 수학적 계산으로 무장한 입체주의는 감성이 지배하는 서구미술 오백 년의 전통을 무너뜨리는 치명적 무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성과 이성이 만나고 융합하는 세잔부터 피카소, 브라크와 레제 등이 만들어낸 걸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입체주의, 이성의 시대를 연 입체파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순주 전시총감독이 프랑스 파리 시립미술관, 국립이스라엘미술관에서 진품 유화 90여 점을 대여,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를 열었다. (뉴시스)
유화의 물감 맛, 붓 맛이 살아있는 작품은 오랜 세월 함께 한 엔틱 액자 속에 담겨 ‘진짜 그림 보는 맛’도 전한다.

“사명감으로 명화전을 열고 있다”는 그는 명화 작품을 원작으로 봐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인간의 감성의 산물입니다. 예술은 아무 대가 없이 우리에게 감성을 선물해주죠. 디지털 이미지는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예술품, 명화는 눈이 아닌 인간 정신활동, 감성에 영향을 줍니다.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또 하나, 역사는 과거의 산물이자 미래의 교훈입니다. 입체주의와 같은 미술혁명이 역사에 다시 등장하기까지 또 다른 오백년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입체파가 일구어낸 굴레로부터 해방과 창작의 자유는 예술이 인간의 감성과 이성의 대립이 아닌 존재와 삶에 관한 끝없는 물음의 장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으니까요.” 전시는 2019년 3월 31일까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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