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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농성 홍기탁·박준호가 생명줄인 밥줄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등록 2019-01-07 11:29:44 | 수정 2019-01-07 14:47:02

75m 굴뚝농성 421일 맞은 6일 오후 4시 50분 무기한 단식 돌입
노조, "사측이 책임 있는 해법 제시하지 않아 마라톤 교섭 결렬"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박준호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유리창에 굴뚝이 비쳤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국장은 이곳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 422일째 농성 중이며 421일 차인 6일 무기한 고공 단식에 돌입했다. (뉴시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 굴뚝에서 7일로 422일째 고공 농성을 하는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46·남) 전 지회장과 박준호(46·남) 사무국장이 전날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7일 오전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로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홍기탁·박준호 조합원이 굴뚝 농성 421일 차가 되는 6일 오후 4시 40분께부터 생명줄인 밥줄을 내리지 않고 있다. 확인 결과 무기한 고공단식에 돌입하겠다는 초극한의 결의였다"며, "굴뚝 농성자들은 오후 4시 50분께 공식 입장을 천명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두 사람을 긴급 검진한 인도주의의사협의회는 두 사람의 몸무게가 각각 50kg 이하로 뼈만 남아 쳐다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체감온도 섭씨 영하 20도를 오가는 혹한의 날씨에 어떤 인도적 지원도 못 받는 상태에서 돌입하는 고공 단식은 남은 목숨을 거는 참혹한 일에 다름 아니다"며, "단식이 아니어도 근래 계속 이어지는 혹한만으로도 굴뚝 위는 살인적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파인텍지회 소속 노동자의 굴뚝 농성은 이 두 사람이 처음은 아니다. 차광호(49·남) 지회장이 2014년 5월 굴뚝에 올라 408일 동안 농성을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두 명의 노동자가 굴뚝에 오른 건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파인텍 사태는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국합섬이 2007년 5월 파산하면서 시작했다. 2010년 7월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이사가 이를 인수해 스타케미칼이란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공장을 다시 돌렸지만 2013년 1월 적자를 이유로 폐업을 선언했다. 당시 회사 청산과 매각을 반대한 차 지회장이 공장 안에 있는 45m 높이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고, 회사로부터 고용 보장,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승계 등의 약속을 받아냈다.

스타케미칼은 2016년 1월 충남 아산에 방수천을 만드는 타폴린 생산 공장 파인텍을 만들었지만 노조와 단체협상 교섭을 성사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택했지만 어려움을 호소하던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건물 임대 기간이 끝나면서 차광호‧박준호‧홍기탁‧김옥배(41‧남)‧조정기(37‧남) 5명만이 남았다. 이에 홍기탁·박준호 두 사람이 2017년 11월 12일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고공 농성 400일이 훌쩍 지나 여론이 주목하면서 지난달 27일 노조와 사측이 만나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현재 파인텍은 공장도 설비도 직원도 없는 상황이라며 원청인 스타플렉스가 고용, 노조 및 단체협약을 승계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스타플렉스는 이를 거부했다. 같은 달 29일, 31일, 이달 3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교섭을 했지만 사측은 스타플렉스 직접 고용이 불가능하고 파인텍을 재가동한다는 안을 내놓아 노조와 평행선을 그었다.

김세권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스타플렉스 고용은 안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고 다른 방안을 의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저지르고 굴뚝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가"라며, "평생 제조업을 했지만 제조업 하면 언론에서 악덕한 기업인으로 몬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동행동은 "3일 장장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교섭에서도 사측이 책임 있는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노사교섭이 결렬되었다"며, "하루 빨리 전향적인 태도로 교섭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파인텍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며 차 지회장이 29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송경동 시인·박승렬 목사·나승구 신부의 무기한 동조 단식이 21일째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