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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출석하는 양승태, "모든 책임 지겠다…공정한 시각에서 사건 조명해야"

등록 2019-01-11 08:57:15 | 수정 2019-01-11 11:19:01

대법원장으로 몸담았던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양승태를 구속하라"·"대법원장님 힘내세요" 입장 엇갈린 시위

11일 오전 9시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사법농단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 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경을 밝혔다. (뉴스한국)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핵심이자 정점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차를 타고 곧바로 검찰에 출석했다.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주변에는 양 전 원장의 구속을 촉구하거나 양 전 원장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무표정으로 대법원 정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 양 전 원장은 "무엇보다 먼저 제 재임 기간 일어났던 일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이렇게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다"며, "이 일로 인해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은 데 대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을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 법관들을 믿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 사명감을 갖고 성실하게 봉직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에 관련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 수행 과정에서 적어도 법관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 저는 오늘 수사·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또 오해가 있으면 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은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을 조명하길 바랄 뿐"이라며,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리고 이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앞으로 사법의 발전과 그를 통해 나라가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한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을 맺었다.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양 전 원장은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에 한 번 들렀다가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부당하게 인사나 재판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양 전 원장은 지금도 같은 입장이라며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 전 원장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있어서 지시를 하고 승인한 증거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는 "누차 이야기했듯이 그런 선입관을 갖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5분여 간의 짧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미리 준비한 차량을 탄 양 전 원장은 대법원과 도로를 사이에 둔 건너편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청사에 도착한 그는 취재진이 미리 준비한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고,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곧바로 조사실로 올라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이날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주변 곳곳에서는 규탄 및 지지 시위가 열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법원본부는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이 아니라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고 요구했다. 조석제 전공노 법원본부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양승태가 자신의 입장을 대법원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전관예우가 의심된다"며, "참으로 무례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질타했다.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연 '양승태 사법농단 공동대응 시국회의'는 양 전 원장을 즉각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양 전 원장을 지지하는 애국문화협회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대법원장님 힘내세요"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 판결, 국가 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 교육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 이것이 사법농단인가"라고 주장했다.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린 시위자들은 곳곳에서 충돌했다. 구호를 외치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자극했고 이 때문에 곳곳에서 큰 소리를 지르고 욕설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편 양 전 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양 전 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소환 통보했다. 검찰은 그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 동안 임종헌(60‧16기‧구속 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62‧12기)‧고영한(64‧11기)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재판거래 관련 지시를 내리거나 관련 내용을 승인한 혐의가 있다고 본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민사 소송에 개입했다고 본다. 사건의 재상고심 주심이었던 당시 김용덕 대법관에게 피해자들이 승소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일본 전범기업을 법률대리한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를 만나 청와대 입장을 전하며 재판 절차를 논의한 혐의가 있다. 이 밖에도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전교조 법외노조 가처분 소송·원세훈 국정원 댓글 사건·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에 개입한 혐의가 있고,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법원 행정처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