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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면 충분한데…426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온 '파인텍' 홍기탁·박준호

등록 2019-01-11 15:10:44 | 수정 2019-01-11 23:21:11

파인텍 노사 극적 타결 후 11일 굴뚝농성 마침표

들것에 실린 박준호(46·왼쪽) 전국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국장과 홍기탁(46) 전 지회장이 11일 오후 426일 만에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농성을 마치고 땅에 내려와 기자회견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홍 전 지회장 오른쪽에 차광호(49) 파인텍지회장이 보인다. (뉴스한국)
사측에 고용 보장 및 노조 승계 등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랐던 홍기탁(46) 전 전국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46) 사무국장이 11일 오후 고공농성을 마치고 땅으로 내려왔다. 굴뚝 농성 426일 만이다. 이날 오전 파인텍 노사가 협상을 마치고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그간 곡기를 끊고 농성하던 차광호(49) 파인텍지회장과 시민사회 운동가들이 단식을 풀었다.

오후 2시 30분께 119 구조대원들과 동료 노동자들이 굴뚝 위로 올라가 두 사람이 내려갈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했다. 애초 땅에서는 이들이 들것에 실려 내려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고 있었다. 고공 농성을 하던 중 이날까지 6일 동안 단식 농성을 하느라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오후 3시 50분께 박 사무국장이 오후 4시 12분께 홍 전 지회장이 차례로 사다리를 탔다. 두 사람은 75m 굴뚝 꼭대기에서 안전줄을 몸에 감고 한 사람씩 차례로 한 발 한 발 아래로 내딛었다.구조대원들이 양 옆에서 이들을 부축했다. 땅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동료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박준호 힘내라"·"홍기탁 힘내라"고 응원했다. 두 사람이 굴뚝에서 내려와 땅을 밟기까지 걸린 시간은 각각 불과 10분이었다.

파인텍 박준호·홍기탁 노동자가 11일 오후 굴뚝 농성을 마치고 내려와 심경을 밝힌 후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에게 신발을 선물 받아 갈아 신었다. (뉴스한국)
이날 오후 4시를 넘겨 홍기탁·박준호 두 노동자가 들것에 앉은 채 그간 자신들을 지지한 동료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 및 언론 앞에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를 잡은 홍 전 지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고맙다"고 입을 열었다. 다소 비장한 표정의 그는 울먹이느라 말을 쉽게 잇지 못하며 "노동조합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긴 역사 속에서 20년 넘게 지켜왔던 민주노조인데 그걸 지키는 게 이 사회에서 왜 이리 힘든지, 진짜 더러운 세상"이라고 내뱉었다. 이어 "청춘을 다 바쳤다 민주노조 사수하자"고 큰 소리로 외쳤다.

박 사무국장은 "파인텍 5명의 동지들이, 5명 밖에 안 남은…지금까지 함께 했던 그 어떤 가족애보다 동지애로 이렇게 왔다"며 "다시 시작인 것 같다. 저희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도 함께해주신 동지들 마음 받아 안고 올곧게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두 사람은 대기하던 119 구급차를 타고 녹색병원으로 이동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