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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296쪽·범죄 혐의 47개…檢, 양승태 구속 기소

등록 2019-02-11 15:04:18 | 수정 2019-02-11 23:10:18

사법농단 수사팀, "법과 상식에 맞는 최종 결과 나오는 게 중요"

11일 오후 사법농단 특별수사팀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원장을 구속 기소 한다고 밝혔다. (뉴스한국)
검찰이 11일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을 구속 상태에서 기소했다. 사법부 수장을 지낸 인물을 재판에 넘긴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전 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47개에 이르며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은 296쪽 분량이다. 검찰은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오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이끈 한동훈(44·27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 검사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경과와 기소 내용을 발표했다.

"양승태,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검찰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상고법원을 추진하며 행정부를 상대로 이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2013년 9월부터 그해 11월 사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강제징용 사건에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청와대·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해 해당 판결의 외교적·국제법적 문제점을 강조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나도록 하는 등 재판지연 방안과 향후 소송 전개 방향 시나리오를 검토한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고 본다. 2014년 6월에 주심 대법관에게 원고 청구 기각 의견을 전달한 혐의도 있다.

양 전 원장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처분 효력정지 재항고 사건에서 법원의 효력정지 인용 결정에 청와대가 불만을 품었다고 전달받은 후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협조를 이끌어낼 목적으로 재판 개입을 시도해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2014년 1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청와대와 사법부 모두 상승효과를 누리도록 고용노동부 장관의 전교조 효력정지 재항고 신청을 인용하고 반대 급부로 상고법원 도입에 있어 청와대 협조를 요구하는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가 있다.

양 전 원장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재판에도 개입했는데 이 역시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협조를 받기 위해서였고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2015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위반죄를 인정하면 사건 상고심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등 청와대를 협조하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있다.

양 전 원장은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와 동향을 수집하고,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과 관련해 헌재를 압박하려고 시도해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 헌재가 위헌정당해산 결정을 해 지위를 상실한 옛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의원이 2014년 12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양 전 원장은 사법부 위상을 강화할 목적으로 그달 통진당 행정소송 대응 특별팀을 구성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소송의 정무적 활용방안과 사법부에 가장 유리한 결론 및 그 판결 이유 등을 검토한 문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가 있다.

대내외적 비판 세력 탄압하고 조직 내 비위는 덮어
양 전 원장은 법원행정처의 사법 행정을 비판하거나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행동을 한 법관을 문책성 인사조치를 하려고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매년 정기인사에서 일부 법관을 물의 야기 법관에 포함시켜 문책성 인사조치를 검토하거나 부정적 인사 정보를 소속 법원장에게 통보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인사심의관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A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한미FTA 관련 특별팀을 설치해야 한다고 청원하고 B판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미 FTA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그러자 양 전 원장은 이들의 최선호 희망 임지를 원천 배제한 채 인사 원칙에 반하는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단행한 혐의를 받는다.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과 사법제도 모임(인사모) 활동을 저지하고 단체를 와해할 목적으로 2015년 7월에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인사모 지원을 중단하고 고립해 와해케 하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양 전 원장은 2015년 9월 부산고등법원 B 판사의 향응 수수 비위를 확인하고도 징계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진상을 은폐해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 양 전 원장이 문제를 덮은 건 법관 비위 때문에 사법부 위신이 실추해 사법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6년 9월 B판사 추가 비위를 인지하고도 그 전에 있었던 향응 수수 비위 은폐 사실마저 드러날까 우려해 징계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비위를 덮었다. 2016년 11월에는 부산고등법원장을 통해 업자 뇌물 사건 항소심 재판장에게 변론 재개 및 선고를 B판사 사직 이후에 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양 전 원장은 2014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각급 법원에 공보관실을 운영할 것처럼 예산을 허위 신청해 편성받은 운영비 3억 5000만 원을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후 임의로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한 혐의가 있다. 이런 돈을 마련하려고 각급 법원과 법원행정처에서 공보관실 운영비로 사용한 것처럼 디지털 예산 회계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해 지급결의서와 수령확인증을 거짓으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양 전 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직무유기·위계공무집행방해·공전자 기록 등 위작 및 행사·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국고 등 손실죄 등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 관계인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에는 각각 33개·17개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대법관은 재판 개입 혐의 외에 고등학교 후배에게 청탁을 받아 재판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 등이 있다. 이와 함께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등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양 전 원장 등을 재판에 넘긴 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100명 안팎의 사법농단 의혹 연루한 전·현직 법관들 신병을 처리할 전망이다. 다만 이들 중 범죄 가담 정도와 중대성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