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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대답없는…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250명 명예졸업식

등록 2019-02-12 11:51:49 | 수정 2019-02-12 15:08:45

안산단원고 본관 4층 단원관서 진행
희생자 이름 적힌 의자에 유가족 앉아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한 250명 학생의 명예졸업식이 열렸다.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2학년 7반 전찬호 학생의 아버지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전 위원장에게 명예졸업장을 전달한 후 포옹하며 위로했다. (뉴스한국)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참사로 목숨을 잃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미수습 2명 포함)의 명예졸업식이 12일 오전 단원고 본관 4층 단원관에서 열렸다. 졸업식의 이름은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 졸업식'이다. 참사가 아니었다면 2016년에 치렀을 졸업식이다.

졸업식이 열린 강당에는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팻말을 기준으로 250명 학생의 이름이 적힌 파란색 의자가 도열했고, 이 자리에는 희생 학생의 아버지·어머니 혹은 형제와 자매 등 유가족이 앉았다. 졸업앨범 등을 담아 곱게 싼 금색보자기에는 학생들의 이름표가 정갈하게 걸려 있었는데, 유가족들은 이를 빼 목에 걸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유가족과 재학·졸업생, 시민, 언론인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명예졸업장 수여에 앞서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희생 학생 250명의 이름을 불렀다. 2학년 1반부터 2학년 10반까지 250명의 이름이 스피커를 통해 강당을 꽉 채웠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의 주인공들의 얼굴이 강당 앞과 양 옆에 설치한 대형 화면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졌다.

자녀의 이름이 불리자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입술을 파르르 떠는 어머니의 모습이, 차마 화면을 보지도 못하고 초점 없이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황망한 표정의 아버지의 모습이, 얼굴이 빨개지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손수건이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의 모습이 보는 이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끝내 한 어머니는 자녀의 이름을 듣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토해냈다.

명예졸업식이 끝난 후 유가족과 졸업식 참석자들은 단원고 교정에 있는 4.16 세월호참사 추모 조형물을 둘러봤다. 이 조형물은 참사로 희생한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추모하고 이들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려는 뜻을 담아 제작한 '노란 고래의 꿈'이란 작품이다. (뉴스한국)
양 교장은 20여 분에 걸쳐 250명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부른 후 2학년 7반 전찬호 학생의 아버지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전 위원장에게 명예졸업장을 전달했다. "178호 명예졸업장, 성명 전찬호. 위 사람은 본교에 입학하여 수학한 자로서 본교 학칙에 의거하여 명예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2019년 2월 12일."

이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인사말을 하려 단상에 올랐지만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부모님들 손을 잡고 인사해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울먹이며, "사람중심 미래교육 하겠다는 다짐 더 잘 챙기겠다.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많은 일이 있다. 아픔을 치유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50명 학생들 한 분 한 분 소중하고 아까운 이름으로 남아 있다. 오늘 명예졸업식은 250명의 뜻과 희망과 꿈이 경기교육에 남고 이를 실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경기교육이 살아있는 한 250명 꽃다운 천 개의 별이 된 아이들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5년 전 학생들이 희생했을 때 경기교육은 무엇을 했나. 교육이 교육다웠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회가 국가가 책임 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오늘 졸업식은 국가와 사회가 과거를 돌이켜 옷깃 여매며 교육을 새롭게 하는 자리이다.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4.16 교육체계를 만들어 경기교육 미래를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하며 말을 마쳤는데 이를 듣던 한 유가족은 "너무 서운하다"고 소리를 질렀다.

명예졸업식이 열린 단원고 곳곳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한다는 의미의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뉴스한국)
명예졸업식이 세월호 참사 5년 만에 열린 건 유가족들이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을 모두 마칠 때까지 미루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육지로 옮겨 바로 세우고 남현철·박영인 군과 양승진 교사까지 세 명의 단원고 소속 미수습자를 제외하고 수습을 완료하면서 지금에야 명예졸업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양 교장은 회고사에서 "어느덧 세월호 참사는 잊을 수 없는 단원고의 역사가 되었다. 너무나 희생이 컸고 아프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분을 기억하려고 한다.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분을 기억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슬픔을 재생산하여 단원고 후배에게 물려주는 게 아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붓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4월 15일 오후 9시께 세월호는 제주도로 수학여행하는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인솔교사 14명, 일반 승객 104명, 승무원 33명 총 476명을 태우고 인천항에서 제주도로 출항했다. 이튿날인 16일 오전 8시 48분께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 맹굴수로를 빠져나온 세월호가 기울었고 오전 10시 31분 선수만 남기고 침몰했다. 승무원 23명 외에 단원고 학생 75명·교사 3명, 일반승객 71명이 스스로 탈출해 172명이 생존했지만 304명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배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