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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광풍에 속도 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시행 12월까지 할 일 많아”

등록 2019-02-18 17:12:48 | 수정 2019-02-18 23:26:59

정춘숙 의원, 18일 오후 국회에서 전문가 토론회 열고 과제 살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뉴스한국)
“‘여성폭력’ 정의를 최초로 법정화”
여성폭력 예방교육이 의무 아닌 임의 조항?


여성폭력 방지의 국가 책임을 규정하는 제정안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하 여폭방지법)’이 오는 12월 25일 시행한다. 그간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처벌법 등이 분절적으로 발전하며 노출했던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종합적‧체계적으로 여성폭력 방지책을 추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기본법으로서 젠더 기반 폭력의 본질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등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여폭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평가와 과제’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시행일까지 남은 10개월여 동안 개정안과 시행령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할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정 의원은 “지난해 1월 있었던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미투의 광풍이 불면서 다른 법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제정할 수 있었다”면서도 “약 1년 후부터 시행하는데 그 사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개정안을 준비하며 여러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주요 내용 및 입법 의의’를 발표하며, “그동안 여성폭력 방지 관련법과 정책은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 분절적으로 발전했고 성폭력‧가정폭력은 각 법률이 행위 중심으로 정의하면서 여성폭력 방지 정책은 젠더 불평등한 구조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행위 태양에 따라 분절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근본 원인보다 보이는 현상 자체에만 집중하며 대응하다보니 성 불평등 구조를 시정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데이트폭력‧스토킹‧디지털 성폭력 등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여성폭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 여폭방지법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여성폭력 방지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폭방지법은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여성폭력 방지 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인권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여성폭력 정의를 최초로 법정화하였고 피해자의 범위와 2차 피해를 확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폭방지법이 말하는 ‘여성폭력’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성희롱‧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의 한 폭력‧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이다.

여성폭력 피해자는 여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은 물론 사실상 혼인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직계 친족 및 형제자매로까지 넓혔다. 2차 피해 범위는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 ▷집단 따돌림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의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 ▷사용자로부터 폭력 피해 신고 등을 이유로 파면·해임 등 신분상 불이익 조치와 징계·감봉 등 부당한 인사조치 등을 폭넓게 포함한다.

여폭방지법은 여성폭력 피해자 권리를 명문화하고 보호·지원 사각지대를 보완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이 국가의 시혜 또는 배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피해자가 받아야 하는 권리임을 선언하였고, 향후 여성폭력 피해자의 각종 보호 및 지원 시책 또한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폭방지법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여성폭력 방지 정책의 수립·조정·집행 등을 정한 2장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하여금 여성폭력 방지 정책 기본계획을 5년 마다 수립하도록 했고, 여가부에 여성폭력 방지 위원회를 설치해 여성폭력 방지 정책의 중요사항을 심의·조정하도록 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여성폭력 방지 주요 시책을 심의하도록 시·도지사 소속으로 조례에 근거해 지방 여성폭력 방지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성희롱 실태조사에서 누락한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도록 했다. 이를 여성폭력 방지 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의미 있는 변화가 눈에 띄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많다. 애초 법안을 발의할 때는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정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며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수정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법안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피해자의 범위를 축소해 남성 아동청소년 등 남성 피해자를 정책 개념상 포괄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여폭방지법이 여성폭력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면서도 “여성폭력이 성차별에 기인한다는 점을 비가시화하고 체계와 자구 심사를 넘어 입법 취지에서 도리어 후퇴한 내용으로 수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폭력 예방교육이 의무가 아닌 임의 조항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여폭방지법 29조(여성폭력 예방교육)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여성폭력 예방교육을 양성평등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역시 “평등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위해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여성에게 강요하는 이중적인 성규범 등에 조직문화의 혁신을 위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교육이 절실함에도 임의조항으로 두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