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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가 여진구를 넘었지요”…왕이 된 남자

등록 2019-03-06 17:33:53 | 수정 2019-03-06 17:39:01

‘왕이 된 남자’ 여진구. (JANES ENT 제공=뉴시스)
“여진구가 여진구를 상대하며 짜릿함을 느꼈죠.”

영화배우 여진구(22)는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로 한계를 뛰어넘었다. 광대 ‘하선’과 임금 ‘이훤’ 1인2역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더욱이 원작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2012)의 주연 이병헌(49)과 비교될 게 뻔했다. 관객 1232만명을 모은 작품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연기하는데, ‘못하면 욕먹고 잘해도 본전’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딱 좋았다.

하지만 여진구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다시 만들었다. “원작과 설정은 같지만 새로운 나이대의 새로운 에너지를 가진 인물이 탄생해서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왕이 된 남자’는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넘으며 인기몰이했다. 지상파 드라마가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한 데 비하면 큰 성과다. 지상파 포함, 전 채널 월화극 1위를 기록하며 사극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규’ 역의 김상경(47)이 ‘너의 인생작이 될 거야’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는데 바람대로 됐다. ‘왕이 된 남자’는 첫 번째 인생작이라며 “절대 잊을 수 없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두 작품을 끝낸 기분이 든다. 배운 것은 두 작품을 한 것보다 많다. 1인2역이 너무 어려웠지만, 내가 나를 상대하면서 연기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짜릿함을 느꼈다.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이다. 선배 연기자, 감독님, 스태프 한 명 한 명이 열정을 가지고 임해준 덕분이다. 현장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좋았던 적이 없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운 좋은 작품을 만났다. 앞으로 연기할 때 항상 ‘왕이 된 남자’를 생각하며 열심히 할 거다.”

‘왕이 된 남자’ 여진구. (JANES ENT 제공=뉴시스)
여진구는 카리스마 넘치는 왕 이훤과 두려울 것 없는 광대 하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처음으로 1인2역을 맡아 신경 쓸 게 많았다. 보통 한 신에서는 액션 혹은 리액션 하나만 하면 되지만, 이금과 하선이 함께 붙는 신에서는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했다. 어떻게 그림이 완성될지 전혀 상상이 안 됐다.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구상하고 신의 흐름 등을 파악해 연기했다”며 “힘들었던 만큼 배우는 것은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하선보다 이훤이 더 연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훤은 신념이 확고하고 감정을 다 드러내는 캐릭터여서 표현할 때 어색함이 없지 않았다. 이보다 하선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자칫 잘못하면 주변인물에 휘둘려 이훤을 연기할 때와 크게 변한 느낌이 안 날수 있어서 세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이 작업이 정말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중전 ‘소운’(이세영)과 로맨스 연기하며 ‘눈빛’으로 변화를 줬다. 하선일 때는 애틋한 느낌으로 소운을 바라봤다. 이훤은 집착했지만, “그렇다고 소운을 미워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애증으로 얽힌 인물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 의논해 캐릭터를 잡았고,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풍성하게 그려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세영(27)에게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다섯 살이나 어린 자신을 ‘왕 오빠’라고 부르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이세영은 폰 배경화면을 여진구 사진으로 바꾸며 캐릭터에 몰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당황했다”면서도 “누나가 나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나는 차마 누나 사진을 폰 화면으로 못 해놔서 미안하다”며 웃었다.

‘왕이 된 남자’ 여진구. (JANES ENT 제공=뉴시스)
무엇보다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섹시하다’, ‘치명적이다’는 반응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고백했다. ‘진정한 오빠로 거듭난 소감이 어떻느냐’고 묻자 “쑥스럽다”면서도 “정말 바란 반응이다. 마약에 중독된 이훤의 퇴폐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시청자들이 어색해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처음 해보는 역할이라서 긴장했지만 반응이 좋아서 점점 확신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답했다.

여진구는 어느덧 데뷔 15년차가 됐다. 2005년 영화 ‘새드무비’(감독 권종관)로 데뷔한 후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2017), ‘다시 만난 세계’(2017) 등으로 성인 연기에 도전했지만 아역 이미지를 완벽히 지우지 못했다.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사극 장인’이라는 호평을 들었으나 부담감도 있을 터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연기자가 한 장르에서 어떻게든 인정받는 게 어려우니까. 틀에 갇히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스물 둘의 젊은 연기자가 사극이라는 장르만큼은 많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아니냐. 오히려 ‘다음 사극할 때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지? 실망시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앞으로 많은 날들이 남아 있으니까.(웃음)”

로맨스 등 다른 장르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나지는 않을는지. 아역 출신 유승호(26), 김소현(20), 김유정(20) 등도 사극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 로맨스물에서는 성인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그런 욕심은 당연히 있다“면서 “사극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서 심리적인 안정이 들지만, 다른 장르에 관한 욕심이 없지 않다. 장르에 제한 없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털어놓았다.

주변에서는 ‘왜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도전하느냐’며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단다. 벌써부터 “내가 잘하는 연기만 하고 싶지 않다”며 “계속 도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직은 모든 장르에 욕심내고 해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왕이 된 남자’ 여진구. (JANES ENT 제공=뉴시스)
이미 차기작도 확정했다. ‘홍자매’(홍정은·홍미란)의 신작인 tvN ‘호텔 델루나’로 하반기 시청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여진구)이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을 맡으면서 아름답지만 괴팍한 사장 ‘장만월’(아이유)과 함께 호텔을 운영하며 생기는 이야기다.

‘열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 젊어서 계속 나를 테스트하고, 한계에 부딪혀 보고 싶기 때문”이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조바심이 들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기우였다. “군대는 작품 선택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나는 정말 건강하게 태어나서 군대는 자신 있게 갈 거다. 시기를 신중하게 정해야겠지만, 예민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말 욕심나는 캐릭터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 뿐”이라는 것이다.

여진구는 사랑도 연기로 배웠다. 아직 ‘모태솔로’지만, 연애보다 연기 욕심이 더 크다. 두세 가지를 동시에 하지 못하는 성격 탓도 있다. 그렇다고 애틋하고 가슴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연기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 안 드는 것 같다”며 “‘해를 품은 달’이나 ‘왕이 된 남자’ 모두 현실보다 더 애틋하고 드라마틱하지 않았느냐. 어느 정도 지치는 부분이 있다. ‘아니 이렇게 화살을 맞으면서까지 사랑하는구나’라고 놀랐다. 연애는 안 해봤지만, 어려운 거라는 것은 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진구는 연기 활동과 평소 삶을 구분하지 않는다. 어떤 역이든 잘해내고 싶어서 일상에서도 연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청년 여진구와 연기자 여진구는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다.

“연기자가 아닌 그냥 여진구의 삶도 찾아가야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연기라서 이렇게 열심히 한다. 이 자체가 내 삶 아닐까. 식상하지만 연기할 때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답답하거나 응어리진 것도 연기하면서 푼다. 이런 식으로 연기를 도구 삼아서 청년 여진구가 숨 쉬는 부분이 있다. 연기를 하게 돼서 정말 다행이고 행운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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