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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국,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첼로의 노래’

등록 2019-03-12 16:52:17 | 수정 2019-03-12 16:59:10

인터내셔널 데뷔앨범 ‘첼로의 노래’를 발매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함께 미국 보스톤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의 부제는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다. 문태국과 한지호는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해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뉴시스)
프랑코의 파시즘에 맞선 인민들의 투쟁을 사실적으로 그린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 중앙 권력에 맞서는 카탈루냐의 혼을 담아 축구를 하는 ‘FC 바르셀로나’, 그리고 카탈루냐 민요 ‘새의 노래’.

프랑코의 카탈루냐 탄압에 항의해 망명길에 올랐던 카탈루냐 출신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는 ‘새의 노래’를 항상 연주했다. ‘백악관 연주회’와 ‘UN 회의장’은 물론 그의 공연 앙코르 자리는 ‘새의 노래’ 몫이었다.

내전으로 폐허가 된 스페인을 생각하며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노래하고, 세계의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2014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첼리스트 문태국(25)은 데뷔 앨범 ‘첼로의 노래’에 이 곡을 담았다.

문태국은 12일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카잘스 선생님은 연주 때마다 중요한 자리에서 항상 카탈루냐의 자유를 위해 ‘새의 노래’를 연주하셨어요. 저 역시 카잘스 선생님이 중요하게 여긴 자유와 인류에 대한 사랑에 동의하고 따른다는 의미에서 곡을 실었어요”라고 소개했다.

인터내셔널 데뷔앨범 ‘첼로의 노래’를 발매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들려주고 있다.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함께 미국 보스톤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의 부제는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다. 문태국과 한지호는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해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뉴시스)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라는 부제를 단 이 앨범은 ‘첼로의 성자’로 통하는 카잘스가 생전 즐겨 연주했고, 또 앨범으로 남겨놓은 작품들을 선별해서 녹음했다.

카잘스가 녹음으로 남기지 않은 두 곡, 즉 슈베르트 가곡을 편곡한 ‘음악에’와 슈만의 ‘미르테의 꽃’ 중 ‘헌정’이 실렸는데 두 작품 모두 ‘카잘스의 음악에 헌정한다’는 뜻에서 골랐다.

카잘스는 첼로로 목 놓아 부르짖었다. 노래하듯 연주했다. 문태국은 앨범 제목으로 ‘첼로의 노래’를 붙인 것과 관련, “첼로 악기를 통해 카잘스 선생님과 저 또 많은 다른 연주자들이 연관성을 느낄 것 같았어요”라고 설명했다.

“카잘스 선생님 연주는 어릴 때부터 들어왔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고결해요. 말하는 듯, 노래하는 음악을 넘어서 하나하나마다 스토리를 이해하고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죠. 그 분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할아버지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에요. 여러모로 영감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이번 앨범의 첫 트랙은 카잘스의 상징과도 같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약 200년 동안이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잠자고 있던 이 곡을, 열세 살 때 스페인의 고서점에서 발견해 대중 앞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인터내셔널 데뷔앨범 ‘첼로의 노래’를 발매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한지호(오른쪽)와 기자회견을 열고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함께 미국 보스톤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의 부제는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다. 문태국과 한지호는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해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뉴시스)
이와 함께 ‘첼로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작품69번 중 제3곡과 카잘스가 편곡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안톤 루빈스타인 ‘멜로디 F장조’ 등 카잘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곡들을 실었다.

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 당시 연주한 곡들은 싣지 않았다. 카잘스와 억지로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그와 나눈 음악적 대화로부터 길어 올린 곡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됐다.

문태국이 카잘스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그냥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문태국은 한국 젊은 클래식 음악가를 대표하는 블루칩 연주자. 2017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으며, 세계적인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의 이름을 딴 재단이 30세 이하 젊은 첼리스트에게 수여하는 제1회 야노스 스타커상 수상자로 문태국을 선정하기도 했다.

첼리스트 문태국 인터내셔널 데뷔앨범 ‘첼로의 노래’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함께 미국 보스톤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의 부제는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다. 문태국과 한지호는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해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뉴시스)
이번 앨범은 문태국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워너클래식 본사와 계약해서 미국 보스턴에서 녹음했다. 한국인 첼리스트가 메이저음반사 본사와 계약을 해서 세계 동시에 음반을 발매하는 것은 첼리스트 장한나(EMI클래식 레이블)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거장 앞에서 한없이 겸손했다. “제가 감히 카잘스 선생님의 연주에 대해 ‘이것은 이렇게 좋고’ 식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첼리스트로서 선생님이 남긴 발자취가 연주자를 뛰어 넘어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요. 그 분이 인간으로서 남긴 염원과 가치에 동감을 많이 하고 그런 것이 감사하고 또 존경하게 되죠.”

문태국은 21일 금호아트홀 ‘위대한 첼로’ 시리즈로 10년 만에 내한공연하는 첼로 거장 로런스 레서(81)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세계 첼로계의 살아있는 유산’으로 통하는 인물로 문태국의 스승이다.

“보스턴에서 녹음을 하고 뵀는데 공연날 티켓 한 장만 마련해놓으라고 하셨어요. 하하. 긴장도 많이 되고 떨리기도 해요. 선생님의 음반에 대한 철학은 철저하고, 완벽주의거든요. 신중한 분이라 첫 음반을 일흔이 넘어 낼 정도였죠. 그러니 갓 스물을 넘긴 제가 음반을 냈다고 자랑을 하기보다는 낮은 자세로 ‘들어봐주십사’라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첼로는 악기 중 음색의 범위나 색깔이 사람 목소리와 가장 유사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실내악 연주에서 함께 하는 악기와 협업은 긴밀한 대화로 통한다.

인터내셔널 데뷔앨범 ‘첼로의 노래’를 발매한 첼리스트 문태국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한지호(오른쪽)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함께 미국 보스톤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의 부제는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다. 문태국과 한지호는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해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뉴시스)
연주자 중 세심한 이들이 많은데 문태국은 무던한 성격이라, 이번에 앨범을 함께 녹음한 피아니스트 한지호(27)는 문태국과 작업에 관해 “스트레스 제로”라고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함께 공연한다.

하지만 고음역대인 바이올린 등과 달리 첼로의 음역대는 높지 앉아 피아노가 좀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 한다. 한지호는 “바이올린 같은 경우는 주선율이 높은 음역대라 피아노가 받쳐줄 수 있는데, 첼로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첼로와 연주할 때는 대화가 더 중요하고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죠”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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