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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 씨 사건‧김학의 사건 끝까지 진상규명해야…檢 과거사위 기한 연장 필요”

등록 2019-03-15 14:09:32 | 수정 2019-03-26 11:01:57

전국 1000여 여성‧시민단체 긴급 기자회견 열어 촉구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1000여 여성·시민단체가 주최한 과거사위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한국)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진상조사단 조사 기한을 연장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과 ‘故(고) 장자연 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여성‧시민사회계가 주장했다. 전국 1033개 여성‧시민단체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해 국가의 진상규명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80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얼굴을 가리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학의 사건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의 주요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라고 알고 있는데 저는 진술에 증거자료까지 제출했지만 가해자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만행은 동영상뿐이 아니다. 제가 밝힌 진실은 그 이상이다. 그들의 죄를 용서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성폭력 사건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다뤄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 지침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적 관점의 수사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경험한다”며, “김학의 사건에서 등장한 검찰은 이처럼 성폭력 피해자에게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권력을 비호했다”고 꼬집었다.

김학의 사건의 피해자 대리인인 김지은 변호사는 조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2013년 있었던 이 사건 수사 과정의 석연치 않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고 재조사를 통해 이제 막 그 의문의 단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윤중천의 별장에 당시 차장 검사였던 김학의뿐만 아니라 군 장성들까지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며 “이 사건의 뿌리 끝까지 낱낱이 추적해 썩어버린 부분 전체를 제대로 도려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변호사는 “조사단이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하고 고심해 보고서 마지막 문장에 점을 찍는 그 순간까지 필요하다면 몇 번이고 조사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는 이 사건이 우리사회에 안긴 충격을 회복하고 그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역시 “수사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던 사건의 조작·은폐 단서들을 확인하기 시작해 본격적인 조사를 해야 할 때 조사기간 연장을 불허한다는 게 진상규명을 하지 말고 사건을 덮으라는 은폐 지시와 무엇이 다른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조사기간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장자연 씨 사건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 씨는 “이 사건을 단순 자살이 아니라고 보고 수사에 들어간다면 공소시효가 10년이 아닌 25년으로 바뀐다”며 “이슈가 이슈를 덮는 정황을 많은 분들이 실감하셨을 텐데 오늘(15일)은 이러한 불상사가 더 이상 되풀이 하지 않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고 장자연 씨 사건 법률지원단에서 활동하는 전민경 변호사는 “과거사위가 재조사를 권고한 이유는 당시 검찰이 중요 참고인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데 처절한 반성”이라며, “고 장자연 씨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검찰 개혁의 바른 길임을 명심하여 그 설립 취지에 따른 진실하고 정의로운 답변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지나 동국대학교 교수는 “고 장자연 씨 사건과 김학의 성폭력 사건에서 버닝썬 사건으로 관심이 쏠렸다는 식으로 둘을 분리하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이 모든 사건은 여성폭력이라는 점에서 한 맥락”이라며 기자들에게 “모든 여성폭력 사건을 별도로 보지 말고 하나의 맥락으로 다뤄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참가 단체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과거사위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15개 사건 중 대표적인 여성 인권 사안인 고 장자연 씨 사건‧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의혹들만 계속 불거져 나올 뿐 지금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사위가 청산하고자 한 적폐는 무엇인가. 최근 ‘버닝썬 사건’‧‘정준영 사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남성의 놀이와 유흥거리로, 그들의 향응‧뇌물과 상납의 도구로, 남성 간의 유대와 연대를 공고하게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착취하여 이득을 취하는 아주 오래된 문화와 산업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과거사위는 고 장자연 씨 사건‧김학의 사건 진상조사단 활동기한 연장 요청을 거부해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공권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진상규명을 할 것인가. 잘못된 과거는 절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없다면 이 같은 여성폭력 사건의 부정의한 권력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 조사 기한 연장 △진상 규명 △피해자 명예 회복과 국가 책임 이행 △피해자 신변보호를 당부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하며 “국가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하라”·“성착취로 연대한 남성 카르텔 반드시 박살내자”·“놀이가 아니다 성폭력이다 뇌물이 아니다 인권이다”·“과거사위는 시간 없다 하지 말고 끝까지 밝혀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