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20억 들인 정·관·군·경 KT ‘로비 사단’…황창규 회장이 위촉·운영 전권 행사”

등록 2019-03-25 10:26:04 | 수정 2019-03-25 12:31:04

이철희 민주당 의원, 경영고문 명단 이어 운영지침 공개하며 의혹 제기
“고문 활동 내용이나 실적 증빙 못하면 황 회장 해임 사유”

자료사진, 2018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혜화지사 국제통신운용센터에서 열린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통신 3사 최고경영자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한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모습. (뉴시스)
KT가 정·관·군·경 인사로 이른바 ‘로비 사단’을 꾸리고 공식 업무 없이 자문 명목으로 총 20억 원을 지급했다고 폭로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추가 폭로에 나섰다.

황창규 KT 회장이 로비 사단으로 운용한 KT 경영 고문 위촉을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KT 내부 문건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밝히며, “뚜렷한 활동 내역이나 실적이 없는 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면 황 회장의 해임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KT는 황 회장이 2014년 1월 취임한 후 정치권 인사와 군인·경찰·고위 공무원 출신에게 공식 업무 없이 자문 명목으로 고액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 의원은 ‘KT 경영 고문’ 명단을 확보해 공개했다.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T가 각각에게 지급한 급여는 수천 만~수억 원에 이른다.

이 의원은 군·공무원 출신 경영 고문이 KT의 정부 사업 수주를 도왔다고 본다. 2016년 KT가 수주한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 경영고문 남 모 씨가 등장하는데 그는 합동참모본부 지휘 통신참모부장·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 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예비역 소장이다. 국방부 사업 심사위원장은 남 씨가 거친 지휘통신참모부의 간부였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KT가 남 씨를 내세워 750억 원짜리 사업을 수주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영 고문에는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국민안전처·행정안전부 고위 공무원 출신도 있다. 해당 부처는 KT와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있다. 이 의원은 “이들은 2015년 ‘긴급 신고전화 통합 체계 구축 사업’을 비롯한 정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 경영 고문은 사정·수사 당국 동향을 파악하고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외근 정보관 등 정보통으로 골랐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줄기찬 요구에도 KT는 경영 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지 못했다. KT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조차 이들의 신원을 몰랐다.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업무였던 셈”이라며, “실제 경영 고문을 집중 위촉한 2015년 전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 등 민감 현안이 많았을 때”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이 회삿돈으로 정치권 줄대기와 로비에 나선 걸로 보인다”고 주장한 이 의원은 25일 황 회장이 경영 고문 위촉을 결정했다는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경영 고문 위촉 계약서’와 ‘경영 고문 운영지침’ 두 가지다.

이철희 의원실이 공개한 KT 경영 고문 운영지침 중 일부.
해당 계약서를 작성한 날짜는 2014년 11월 1일이고, 운영지침을 제정한 때는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로 할 수 있다. 운영지침을 살펴보면, 황 회장이 누구든지 비용과 기간 제한 없이 경영 고문으로 위촉할 수 있고 운영 역시 황 회장의 전권이라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조항은 이렇다.

5조(위촉권한) 회장은 고문에 대한 위촉 권한을 갖고 있으며, 고문 위촉 등을 필요로 하는 경영임원에게 위촉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7조(위촉절차) 경영임원이 추천한 고문의 최종 위촉 여부는 회장이 결정하고 해당 경영임원은 고문 위촉 결과를 경영지원부문장에게 고지한다.

14조(복리후생 등) 회사는 필요한 경우 고문에게 차량·사무공간 및 기타 복리후생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 기준은 별도로 정한다.

17조(기타) 이 지침에서 제시하지 아니한 사항 및 관련 사규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회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경영 고문 중에는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은 퇴직 공직자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방송통신위원회 국장을 지내고 공직 유관단체 근무 이력이 있는 차 모 씨의 경우다. 운영지침 8조는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관련 사기업체 취업이 제한되는 자로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제한 여부의 확인 또는 취업 승인을 받지 않은 자’를 고문으로 위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의원은 “KT가 자격이 없는 자를 채용했다”며, “경영 고문이 애당초 회사 내규와는 상관없이 회장 임의대로 운영되었고 운영지침은 채용의 불법성을 가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기업 KT가 내규로 경영 고문을 위촉하는 것은 자유”라면서도 “뚜렷한 활동 내역이나 실적이 없는 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된다. 이는 형사적 처벌뿐만 아니라 KT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정당한 해임 사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황 회장이 위촉한 소위 ‘경영 고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이 KT 본래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활동내용이나 실적에 대해 증빙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수십 억 원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KT 감사와 이사회가 제대로 감독을 해왔는지 주주총회에 보고는 있었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