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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텔 리 “바이올리니스트, 무대에는 숨을 곳 없다”

등록 2019-04-02 16:33:29 | 수정 2019-04-02 16:36:52

크리스텔 리.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뉴시스)
“무대 위에서 연주자는 숨을 데가 없어요. 그러니까 정직하게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죠.”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29)는 바르고 곧은 연주로 유명하다. 악보를 현미경으로 보듯 하며 냉철하게 분석하는 끈질긴 승부욕이 강렬하다. 스승인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71)는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 집요하게 파고드는 태도가 훌륭하고 대견하다”고 봤다.

크리스텔 리는 “제가 연주하는 음악이 제 모든 감정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즉, 연주는 제 자신의 본질을 보여주는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콩쿠르에서 연주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크리스텔 리는 2015년 제11회 시벨리우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5년마다 열리는 이 콩쿠르 50년 역사상 첫 북아메리카 출신 우승자다. 빅토리아 뮬로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

콩쿠르 입상은 심사위원들의 선호도와 성향이 크게 좌우하지만 크리스텔 리는 그런 부분에 개의치 않는다.

“콩쿠르에 맞춰 제 연주를 다른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못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노력이 중요한데, 운이 좋았죠. 저를 믿은 것이 행운을 불러온 것 같아요. 아티스트로 살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콩쿠르에 맞춰 다른 연주자로 살면 그 시간이 아깝죠. 연주는 다른 사람과 경쟁이 아닌 항상 자신과 싸우는 거잖아요.”

크리스텔 리는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음악제, 뷔르츠부르크 모차르트 음악제,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음악제 등으로부터 초청 받았다.

크리스텔 리.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뉴시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편이다.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연주에 참여, 국내 팬들과 소통에 힘쓰기로 한 이유다.

3일 오후 8시 도곡동 율하우스에서 열리는 제694회 하우스콘서트에 출연한다. 하우스 콘서트는 작은 공연장에서 청중과 가깝게 만나는 연주회다. 크리스텔 리는 피아니스트 박영성과 함께 드보르작 ‘네 개의 낭만적 소품’ 등을 들려준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그녀는 유럽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자주 열었으나 한국에서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우스 콘서트를 즐겨요. 청중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고, 친밀해지잖아요. 호호.”

5월 24일에는 대구시향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크리스텔 리는 이 곡이 “바이올린 연주의 최고봉”이라고 했다. 7월 28, 29일에는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협연이 예정됐다. 일본에서 첫 연주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끈다. 정명훈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놀라운 음악가여서, 영광”이라고 했다.

크리스텔 리는 미국 인디애나 주의 한국 이주민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한 살 때 한국으로 왔다가 다섯 살 때 캐나다로 가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작곡가인 어머니 덕에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2003년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를 통해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2015년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KBS교향악단 협연, 대관령국제음악제 등을 통해 한국에서 꾸준히 공연해왔다. 한국에서 연주하면 “친척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좋고, 공연장 분위기도 가족 같아서 좋아요”라며 웃었다.

크리스텔 리.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뉴시스)
크리스텔 리는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정경화와 나오코 다나카를 사사했다. 이후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와 뮌헨국립음악대학에서 아나 추마첸코에게 배웠다. 정경화와는 7년가량 함께 했다. “아주 꼼꼼한 완벽주의자인데 연주는 확실히 가르쳐주셨고, 보살펴주실 때는 엄마 같았어요”라고 돌아봤다. “레슨이 한두 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댁에 가서 종일 보낼 때가 많았어요. 그러면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셨죠. 매콤한 파스타가 가장 맛있었어요.”

크리스텔 리는 함부르크 소재 독일음악활동재단의 후원으로 2015년부터 로렌조 스토리오니의 바이올린(1781년 제작)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처럼 낮은 음을 내는, 어둡지만 서정적인 음색이 특징이다. 그녀는 바이올린은 자신의 목소리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표현수단이 됐죠.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첫 앨범을 한창 구상하고 있다. 독일 음악과 시벨리우스를 중심으로 노르딕을 조화시키는 등 자신의 백그라운드를 마음껏 활용하고 싶다. “뮌헨이 알프스 인근이에요. 자연이 많은 지역이에요. 근처에 호수도 있고. 자연을 좋아해요. 평안을 찾아주죠. 음악처럼요.”

자신의 음악에 여전히 솔직하고 작곡가를 존중하는 연주자로 성장해나가고 싶은 바람이다. “물론 힘든 날도 있겠죠.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필요하니까, 있는 날'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더 성장해나가고 싶거든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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