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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1000회 “못생긴 개그맨 뽑을 수 없는 시대”

등록 2019-05-13 17:50:10 | 수정 2019-05-13 17:55:23

전유성. (KBS 제공=뉴시스)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폐지하는 게 맞다.”

개그맨 전유성(70)이 KBS 2TV ‘개그콘서트’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전유성은 13일 서울 여의도동 KBS신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1000회 간담회에서 “처음에 ‘개콘’은 대학로 무대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코너를 TV에서 선보여 성공했다. 점점 검증 없이 제작진이 ‘재미있다’고 결정하면 하다 보니 나태하고 식상해졌다”며 “무대에서 관객들이 분명히 웃었는데, PD들이 ‘고쳐’라고 하니 ‘왜 안 된다고 하지?’라며 답답해 관둔 개그맨들도 많다. ‘개콘’이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프로그램이 없어져야 하고, 재미있으면 오래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0회 동안 수많은 PD들이 거쳐 갔다. PD들이 바뀔 때마다 그래도 나한테 한 번쯤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길 바랐다. 1000회 됐다고 간담회에 (PD가) 그냥 앉아 있는 게 불만인데, 내가 ‘개콘’ 처음 시작할 때 한 걸 떠나서 계속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몇 가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찾아오지 않는데 내가 하자고 얘기하는 것도 뻘쭘하다. 상의하면 나도 아이디어를 보태겠다.”

김대희. (KBS 제공=뉴시스)
‘개그콘서트’는 1999년 7월18일 파일럿 프로그램 ‘일요일 밤의 열기’로 첫 선을 보였다. ‘달인’(2007~2011), ‘집으로’(2004~2006), ‘생활의 발견’(2011~2013), ‘대화가 필요해’(2006~2008) 등 수많은 코너가 인기를 끌었다. ‘개콘’ 최다 출연자 1~5위는 김준호(44·797회), 김대희(45·720회), 정명훈(40·628회), 유민상(40·621회), 송준근(39·598회)이다. 김준호는 KBS 2TV 예능물 ‘1박2일’의 멤버인 영화배우 차태현(43)과 수백만 원대 내기 골프를 한 의혹을 받아 자숙 중이다.

김대희는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운데 ‘개콘’ 역사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사람(김준호)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며 “1999년 ‘개콘’ 10회 정도 했을 때 ‘우리의 목표는 ’개콘‘ 1000회까지 하는 것’이라고 약속했다. 1000회가 현실로 다가왔고, 최다 출연자 1위에 올랐는데, 꿈을 이룰 수 있는 무대를 (김준호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어제 만났는데 ‘출연을 못하니 방청석에서 구경하면 안 되냐?’고 하길래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웃겼다.

왼쪽부터 신봉선, 김미화, 강유미. (KBS 제공=뉴시스)
신봉선(39)과 강유미(36)는 ‘개콘’ 전성기를 이끌며 여성 파워를 보여줬다. ‘개콘’을 잠시 떠났다가 복귀한 신봉선은 제재가 더 많아진 점을 아쉬워했다.

“시청률이 잘 나왔을 때만 생각하고, ‘요즘 왜 이렇게 못할까?’ 생각했는데 돌아와 보니 제약이 너무 많아졌다. 불과 10년 전 활동 당시 재미있고 인기 있던 코너는 지금 무대에 못 올린다.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고맙다. 많은 제재 속에서 지상파에서 재미있는 코미디를 선보이기 쉽지 않은데, ‘개콘’에 접목하기 위해 선후배들이 계속 노력 중이다. ‘이렇게 잘 만들었으니 재미있을게 보세요’라고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들고, 박수 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강유미는 “내가 2004년 데뷔했을 때만 해도 여자 외모를 비하하는 풍조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지금은 ’여성은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져서 성별에 구애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데 ‘개콘’의 고민, 신인 개그맨들의 일상을 영상으로 담아서 SNS에 공개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개콘’은 지상파 3사 코미디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 중이다. 1000회 평균 시청률은 16.6%이지만, 현재는 5~6%대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김미화(55)는 “공개코미디가 현 시대에 안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대를 뛰쳐나와서 밖에서 웃을을 끌어오는 등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세트 뒤에서 날것으로 보여준다든지 방법은 많다. 처음 ‘개콘’할 때 신인들이 해 ‘엄청 신선하네’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았지만, 3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노력해서 특집으로 한 번 보여준 거였다. 지금 ‘개콘’ 후배들이 좁은 공간에서 애를 쓰고 있지만, 시대에 맞춰서 노력한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그콘서트’ 원종재(왼쪽), 박형근 PD. (KBS 제공=뉴시스)
원종재 PD는 “이제 못생긴 개그맨도 뽑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못생긴 걸 못생기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등장만으로 웃음을 주던 개그맨들에게는 굉장히 미안하다”며 “코미디적으로 몸과 얼굴이 재산인 이들을 데리고 코너를 짜서 올리면 비난의 대상이 돼 시도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에 한 코미디 소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재미있어서 한 건데, 누구한테 상처를 주고 불편하면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개콘’이 사랑 받았지만 늘 심의와 제재 속에서 살았다. 우리가 짊어져야 한 숙명이고, 더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유튜브나 다른 방송처럼 자극적인 소재로 코미디를 할 수 없어서 우리 길을 걸어왔다. 반대로 우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조금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형근 PD는 “코미디는 대중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형태가 어떻게 됐든 코미디를 포기하는 건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형태, 포맷, 출연자도 중요하지만, 1000회를 기점으로 검열을 하나씩 깨나가는 작업을 할 거다. 20년 동안 ‘어떻게 웃길까?’만 고민하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웃음이 뭔가?’ 등 웃음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 작업을 하는 중인데 1000회를 기점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개콘’ 1000회 녹화는 15일 KBS홀에서 진행된다. 기존의 녹화 장소인 KBS 신관 공개홀에서 벗어나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방송은 19일 오후 9시 15분부터 전파를 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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