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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광수’ 빨간 딱지 붙은 39년 전 김 군…5.18 공개수배 추적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등록 2019-05-14 13:44:40 | 수정 2019-05-14 15:26:25

5.18 광주민주화운동서 목숨 걸고 싸운 시민군 목소리 담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었던 이 청년을 지만원 씨는 북한에서 광주로 내려보낸 특수군이라며 '1광수'라고 지목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은 이 청년이 누구인지 추적하며 5.18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5.18 생존자 주옥 씨는 이 청년이 '김 군'이라고 밝혔다. (1011필름·영화사 풀 제공)
1980년 광주에서 발생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용 트럭에 앉아 매서운 눈매로 날카롭게 흘겨보는 청년, 군인 출신의 극우 논객 지만원 씨는 그 얼굴 사진에 빨간 딱지를 붙이고 북한에서 광주로 내려온 특수군으로 지목하며 ‘1 광수’라고 이름 붙였다. 그 청년은 과연 북한군이었을까.

오는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은 사진 속 청년을 추적하며 5.18 시민군의 삶을 한 발짝 더 들여다본다.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는 지 씨가 주장하는 북한개입설을 반박하는 증거를 찾는 데서 출발한다. 지 씨가 확신하는 1광수가 시민군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 북한개입설은 힘을 잃는다. 청년의 사진 한 장을 들고, 39년 전 시민군이었던 이들과 시민군을 도왔던 이들을 찾아다니며 ‘누군지 아세요’라고 묻고 답을 듣는 게 영화의 전체 흐름이지만 그 흐름이 관객을 순식간에 39년 전 오늘로 빨아들인다.

질문자가 작은 목소리로 39년 전 그날을 천천히 물으며 사진 한 장을 내밀면 생존자들은 당시 상황과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회상한다. 어떤 마음으로 총을 잡고 군용 트럭에 올랐는지, 무엇 때문에 극심한 공포를 꾸역꾸역 이겨내며 계엄군 앞에 섰는지 복기한다. 그 날들 이후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5.18을 왜곡하는 말들이 얼마나 고통인지 말한다. 그렇게 청년을 찾는 여정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5.18 민주화운동의 그날을 우리 앞에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시종 잔잔한 분위기로 이어나가는 다큐멘터리지만 지 씨가 1광수로 지목한 청년이 실은 김 군으로 불리던 넝마주의라는 인터뷰 대목은 영화의 절정이다. 김 군이 누구인지 증언한 이는 5.18 당시 임신부로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나누어 주었던 주옥 씨다. 주 씨는 2015년 5월 광주 금남로에서 문을 연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걸린 김 군의 사진을 보고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린 후 강상우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1011필름·영화사 풀 제공)
영화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김군’을 연출한 강상우 감독은 “이 영화가 지 씨의 5.18 왜곡에 응답이긴 하지만 오히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른 목소리를 듣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39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광주의 진실을 대면하게 하고 싶었다”며, “울분과 비극보다 그 날의 진실을 소환하고 싶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강 감독은 “제작진들도 5.18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했고, 사진 속 단서를 기반에 두고 생존자들을 만나면서 알아가는 과정을 영화로 담을 때 젊은 관객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영화가 되리라 생각해 한 명의 시민군을 찾는 과정만 다루었다”며,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80만 명의 광주 시민 중 반 이상이 여성분이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강 감독과 함께 제보자인 주 씨 및 김 군의 사진을 찍은 당시 중앙일보 기자 이창성 씨가 자리했다. 지난해 열린 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 ‘김군’을 공식 초청했고 같은 해 44회 서울독립영화제가 강 감독에게 대상을 수여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