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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란, ‘언행불일치’

등록 2019-05-15 23:32:39 | 수정 2019-05-21 15:24:31

긴장 상황에서 우발적인 군사 충돌 벌어질 가능성

미국과 이란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했다. (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두고 극강의 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긴장 상황에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두 나라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아 문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4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이란과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최근의 군사 작전과 관련해 불거진 국제사회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9일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호를 페르시아만으로 보냈고, B-52 폭격기를 중동에 배치했다. 이에 앞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란 정권이 미국의 이익이나 동맹국을 공격하면 가차 없는 반격에 직면하게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란과 전쟁을 원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이란 혁명수비대나 정규군을 비롯한 어떤 공격에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항공모함이 중동에 도착한 이튿날인 10일 트럼프 행정부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패트리어트 포대를 중동에 배치했다. 또한 미 해군 수송상륙함 USS 알링턴도 중동으로 향하면서 미국이 공격적인 군사 대응에 나선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상태가 팽팽해지던 12일 아랍에미리트 동부 푸자이라항 인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과 노르웨이‧UAE 각 1척씩 모두 4척이 의도적으로 보이는 공격으로 부서졌다. 사우디는 미국의 우방이다. 게다가 14일에는 정체불명의 무인정찰기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을 공격하면서 불안감이 감돈다. 피격 사실을 사우디 정부가 공식 발표하기 전에 이란 국영 방송이 이를 보도하면서 이란 공격설에 무게가 실린다.

사태가 복잡해지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 두 나라는 애써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쟁을 부인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 위협에 대응하려 미군 12만 명을 중동에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전날 뉴욕타임스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해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12만 명 보다 더 많은 숫자의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12만 명 파병설을 부인했지만 워싱턴포스트가 중동 파병설을 다시 한 번 보도하면서 미국의 군사 대응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이 지난 주 백악관에 모여 이란을 겨냥한 군사 조치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미군을 공격하거나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파병 병력을 10만 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담겼다고 알려졌다. 현재 중동에 파병한 미군은 6~8만 명에 이른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현재까지는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14일 국영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전쟁을 추구하지 않고 그들(미국)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전쟁은 없다”고 말했다. 하메네이가 전쟁에 선을 그었지만 무기급 수준의 우라늄을 농축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라고 밝힌 사실이 알려졌다.

한편 이란과 미국은 유럽 국가들과 함께 2015년 핵합의를 체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은 합의를 해야 한다며 지난해 5월 탈퇴하면서 판을 깼다. 이후 이란을 상대로 경제 제재를 가하며 압박에 나섰고 이란 역시 핵합의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고 핵을 개발하겠다고 나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