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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저 “비발디 사계 여름, 엄청난 소란 일으킬 것”

등록 2019-06-03 16:36:37 | 수정 2019-06-03 16:39:54

계몽시대 오케스트라(OAE)와 내한 공연
12일 LG아트센터

레이철 포저,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Jonas Sacks 제공=뉴시스)
“하하. 왕관은 없다! 나는 이런 찬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고 더욱 겸손하고자 한다. 물론 영광이다!”

‘바로크 바이올린의 여왕’으로 통하는 영국의 레이철 포저(51)는 유쾌했다. 바로크 음악은 유럽을 중심으로 16세기 말에서 18세기 중기에 연주한 음악을 가리킨다. 오래됐지만 클래식 음악 마니아에게도 여전히 신선한 음악이다.

포저는 e-메일 인터뷰에서 바로크 음악의 생명력에 대해 “아주 직접적이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많은 경우 말하는 것 같다. 마치 관객에게 말하거나 노래를 불러주는 것처럼. 소통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연주하는 동료 연주자와의 소통에서 내 연주가 자라고, 관객 반응에서 또 얻는 게 있다. 마법 같다. 그런 마법이 계속 되는 거다.”

모든 음악에서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포저는 “바로크 음악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며 더 깊이 들어갔다.

“바로크 음악의 악구는 지나치기 쉽다. 영원히 계속되지 않거든. 하지만 아주 명확한 구조가 있다. 그걸 가장 잘 전달하려면 신선한 감각이 필요하고 솔직하고 직접적이어야 한다. 그러면 특별하고 이해하기 쉬운 음악이 된다.”

바로크음악가인 비발디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면, 아이들이 ‘와!’ 하면서 좋아하는 이유다. “금방 인기를 끌다. 그런 후에 느린 악장을 들려주면 아이들은 상상하기 시작한다. 아주 놀랍다. 나는 아이들의 반응을 많이 생각한다. 누구나 다 아이의 모습이 내면에 있지 않은가. 그걸 연주를 통해 관객에게 일깨워줄 수 있다면, 정말 멋지겠다.”

포저는 10년 만인 12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한국 팬들과 다시 만난다. 2002년 LG아트센터에서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회로 첫 내한했고, 2009년 포르테피아니스트 게리 쿠퍼와 듀오 연주회를 했다.

“첫 번째 방문은 짧았다. 2박을 서울에서 머문 것 외엔 왕복 비행기 안에서 보냈다. 연주 후에 함께 야시장에 갔던 게 기억나는데, 첫 한국 방문이라 서울을 제대로 보고 느끼고 싶어서 내가 고집을 부렸다. 야시장의 북적임 속에서 어린 딸들에게 줄 옷과 귀여운 신발을 샀고 밀크셰이크도 마셨다. 지금 딸들이 열여덟 살, 열여섯 살이라 그때 산 옷들이 다 해졌지만 딸들이 아기였을 때 옷이라 소중하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동료이자 친구인 쿠퍼와 맛있는 불고기를 먹고 인터뷰도 많이 했다. 관객들의 따뜻한 반응이 기억난다. 공연 끝나고 CD 사인회를 했었는데, 악보와 바이올린 케이스에 사인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포저는 1999년 솔로 데뷔음반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발매한 이래, 테크닉과 함께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음색, 균형 잡힌 연주로 호평을 듣고 있다.

텔레만, 비발디, 비버, 모차르트 등 채널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발매하는 음반마다 바로크 음악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라모폰상, BBC뮤직어워드, 황금디아파종상 등을 받았다.

여성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권위가 있는 로열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작년에는 영국 그라모폰지 선정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세 번째 내한공연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시대악기 악단이자 그녀가 객원 리더로 15년 이상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계몽시대 오케스트라’(OAE)가 함께 한다.

레이철 포저,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Theresa Pewal 제공=뉴시스)
OAE는 1986년 18세기 음악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기 위해 ‘계몽주의 시대’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탄생했다. 상임 지휘자나 음악감독 없이 연주자들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악단의 예술적 방향을 이끈다. 로저 노링턴 경, 사이먼 래틀 경, 이반 피셔 등 쟁쟁한 지휘자들이 상임 아티스트로 단체의 객원 지휘자 역을 맡았다.

포저가 OAE와 선보일 곡은 2017년 발매한 비발디의 ‘사계’다. 포저의 해석은 다른 음악가들의 해석보다, 다소 느긋한 템포 속에서 활기찬 기운을 유지한다. 이밖에 프로그램에는 코렐리, 제미니아니, 만프레디니 등 이탈리아 바로크 협주곡들이 포진했다.

OAE와 비발디 ‘사계’를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자신이 웨일즈 지역의 브레콘에서 주최하고 있는 페스티벌(브레콘 바로크 페스티벌)에서 2006~07년 창단한 앙상블 ‘브레콘 바로크’와는 ‘사계’를 많이 연주했다.

“브레콘 바로크는 파트당 1명의 현악 연주자가 담당하는 실내악 규모의 소규모 앙상블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오케스트라(13인조)와 ‘사계’를 연주하는 건 나에게 색다르고 재미있을 거다. 특히 요란한 폭풍 장면(‘사계’의 여름)에선 엄청난 소리의 소란을 일으킬 것이다!”

포저는 OAE에 대해 “현재 활동 중인 악단 중 가장 다재다능한 시대악기 단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녀는 연주와 이 단체의 지휘를 병행한다. “온갖 종류의 스킬이 요구되는 엄청난 일”이라고 했다. “음악적인 리드에서부터 리허설, 단원 관리, 무대 셋업과 다양한 공연장에 적응하기 위한 복잡한 결정사항까지 많은 역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가장 우선적인 건 모든 단원들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대한의 존중으로 연주자들을 대하고 결코 군림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리허설과 공연에서 음악적으로 직접적인 소통을 하면서 한 팀이라는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의 역은 연주자들에게서 최상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럴 때 관객들도 청중의 음악경험을 하니까!”

‘바로크 사운드’는 ‘현대의 교향악단의 사운드’와 아주 다르다고 했다. “관현악단 규모가 작기도 하고 악기의 현(거트 현)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거트현은 말 그대로 양의 창자인데 표면을 감지도 않고 금속성 소재가 없기 때문에 공기나 물이 잘 통해서 습도와 온도 변화에 상당히 예민하다. 따라서 아주 쉽게 음정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한다.

“훌륭한 거트현 연주일 경우 그 소리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순수하게 아름다운 소리지만 연약하면서도 강하고 강렬하기도 하며 찬란하다. 여기서 대비되는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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