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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은 패권 전쟁…트럼프 이후에도 계속”

등록 2019-06-05 09:44:26 | 수정 2019-06-05 13:30:19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 “중국은 미국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
‘美中 전쟁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5일 오전 국회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강연

베이징 중심가에 건설 중인 이 도시의 가장 높은 '준 타워'를 배경으로 이날 톈안먼 광장에서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모습.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본질은 미래 패권경쟁이다. 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지 관심이 쏠리지만 더 중요한 건 중국이 무역전쟁에 밀리면서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미중 전쟁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란 제목의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에서 “앞으로 20~30년 패권경쟁이 지속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며, “상당한 질곡을 예상하는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외교적 지혜를 모을 때”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이후에도 이어질 미중 패권전쟁
이 센터장은 “‘무역분쟁’이라는 말이 본질을 가린다. ‘무역’분쟁은 양쪽이 손해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는 게 본능이다. 티격태격하더라도 타협을 봤어야 한다. 하지만 벌써 1년이 지나고 있고, 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재 미중의 갈등은 2011년부터 진행한 과정에서 고름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으로 미국이 자국의 정보를 빼돌릴 우려가 있다며 중국 유학생들 비자 심사를 강화하고, 같은 이유로 자국 내에서 중국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공자학원을 폐쇄할 움직임을 보이는 사례를 꼽았다. 중국 기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에 투자하는 걸 막아 기술패권 방어에 나서고, 군사 분야에서 중국을 경계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점도 사례로 들었다.

미국은 중국을 경계하는 수준을 넘어 적대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국가안보전략보고서(2017년 12월)‧핵 태세검토보고서(2018년 2월)‧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2018년 8월)‧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2019년 1월) 등 미국 정부의 공식적 전략 문서와 법안은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명시했다.

특히 국군수권법은 ‘중국과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이 미국의 주된 우선 사항’이라고 선포했다. 이 센터장은 “주목할 점은 선포하는 주어가 의회라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도 이런 정책은 이어진다는 의미”라며, “미중 무역분쟁을 두고 트럼프라는 변칙적인 지도자가 변칙적인 대중국 정책을 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어긋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 반격…중국의 반격
미중 무역전쟁의 상징이 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말 캐나다에서 붙잡혔을 때 미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초 화웨이가 표정을 180도 바꿨다. 더 이상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유럽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 센터장은 “중국은 현재 미국 없이 살아남는 방법을 찾고 있다. 중국 인사들이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화’ 전략이다. 유럽과 중남미‧동남아‧동북아를 새로운 시장으로 겨냥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중국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던 문화혁명에서도 살아남았다. 우리는 미국과의 갈등을 더 강해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발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과 갈등이 벌어질 때 이를 피해왔던 중국이 반격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 심지어 중국은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밀리면서도 백기를 들지 않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강국이 되려면 미국이라는 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미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충돌을 감수해야 하고 이는 성장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11년 동안 살고, 지금도 끊임없이 중국을 다니며 느낀 중국 심리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단기전에서는 미국에 밀릴지 몰라도 장기전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본다. 미국 시장을 잃어도 장기간 세계 2위 경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기준 세계 2위 경제 규모인 중국은 세계 3위 일본 경제의 거의 3배 규모다. 이 센터장은 “당분간 중국을 대신해 세계 2위 경제를 할 국가가 없다”며 “중국은 코끼리처럼 크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고립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쉽게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미중 전쟁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란 제목의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이 강연하는 모습. (뉴스한국)
시진핑 중국몽은 미국 패권 넘어설까
이 센터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이 중국으로 하여금 패권전쟁에서 중국으로 물러설 수 없도록 하는 배수진이라고 말했다. 과거 세계 중심 역할을 한 전통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재현하겠다는 뜻인데, 시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지 100년이 되는 해인 2049년까지 옛 영화를 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센터장은 시 주석을 가리켜 “21세기에 사회주의가 정말 옳다고 믿는 사람이고 사회주의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2049년까지 이루는 게 역사가 자신에게 부여한 사명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자국의 산업전략인 '일대일로'‧'중국제조 2025'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대일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기 위한 시진핑의 가장 중요한 유산 프로젝트이고 중국공산당의 당장(당헌)에도 들어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헌법 위에 있는 공산당의 지도 지침으로, 만약 미국과 충돌을 우려해 백기 투항한다면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에 상처가 날 수 있다고 이 센터장은 분석했다.

뇌관 무수한 위험한 전쟁
미국과 중국은 정치 체제와 사회 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사회다. 공통점이 거의 없다. 지난 40여 년 동안 인권‧언론자유‧종교 억압과 소수민족 핍박, 대만‧티벳 문제 및 이데올로기 대립을 두고 충돌했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은 무수했지만 이를 막은 완충제는 무역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무역전쟁이 벌어졌다는 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간의 깊은 전략적 불신을 극복하게 한 건 바로 경제적 공동이지만 지금 우리는 갈등의 완충역할을 한 둑이 무너지는 수간을 보고 있다. 산적한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며, “무역전쟁은 미중관계를 지탱한 버팀목이 무너졌다고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무역전쟁이 봉합하고 이후 다시 악화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미중관계는 하향평준화 포물선을 그리며 악화 경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끊임없이 한국에 자국의 이익에 맞는 선택을 강요할 게 뻔하다. 사드 사태는 예고편일 수 있다. 한국은 어떤 외교적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센터장은 이 상황을 췌장암에 비유했다. 췌장암은 조기에 인식하기가 어렵고 병원을 찾을 때면 치료가 불가능해 시한부를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이 센터장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에 실용적‧기회주의적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고 미국도 중국도 한국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양쪽에서 위치를 잡기가 힘들어졌다. 3년 전부터 조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췌장암처럼 늦은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