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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동자 2400여 명 죽는 사태…문명과 야만의 문제"

등록 2019-06-19 09:33:52 | 수정 2019-06-19 11:35:15

소설가 김훈,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로 호소문 발표
“노동자 안전 지키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바꿔야” 촉구

자료사진, 김훈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가 올해 5월 27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 파기 규탄 및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 촉구 청년, 시민사회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우리는 지금 쾌적한 작업환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급여나 휴가일수를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는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칼의 노래’‧‘남한산성’을 쓴 작가 김훈이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18일 발표했다. 이달 14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산재‧재난 참사 피해 가족 3차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토대로 다시 작성한 것이다.

김 공동대표는 호소문에서 “우리의 요구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정부에 전달하였으나 정부는 이 하위법령의 제정과 시행을 원안대로 강행하려 한다”며 “산안법 하위법령을 노동현장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마다 2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다가 죽어나가고 있다. 추락‧폭발‧매몰‧붕괴‧압착‧중독‧질식으로 노동자들의 몸이 으깨지고 간과 뇌가 땅 위에 흩어지고 있다. 정부의 통계 밖에서 잊히는 죽음도 수없이 많다”며, “기업주는 이 무수한 죽음에 대해서 소액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원안대로 이 시행령을 제정하면 내년에 그리고 그 다음해에 매년 2400여 명의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죽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보다 더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는 없다. 왜냐하면 날마다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위험의 외주화를 경영으로 합리화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위험한 일을 영세한 외주업체에 하도급해서 책임을 전가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행위는 경영의 합리화가 아니다”며, “이 무수한 죽음 위에서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투자 의욕이 살아나는 것인가. 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안전을 강화하고 책임을 감수하는 일은 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이 무수한 죽음을 방치해놓아야만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한국 기업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나. 정부와 국회는 이 무수한 죽음에 대해서 어찌 이처럼 아둔한가”라고 물었다.

김 공동대표는 “이 참혹한 사태는 기업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과 야만의 문제다”며, “2400여 명 노동자들이 해마다 죽어야 하는 이 사태는 땀 흘려서 경제를 건설하고 피 흘려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국민의 뜻을 배반하고 역사의 발전을 역행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이 원하는 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자 하는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생명안전 시민넷은 청와대‧노동부‧더불어민주당에 김 공동대표의 호소문과 단체가 작성한 의견서를 19일에 공식 발송한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