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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강 집배원은 오지 않는다…올해 벌써 아홉 번째 사망

등록 2019-06-20 12:33:47 | 수정 2019-06-20 13:43:53

현장의 많은 집배 노동자들 ‘다음은 내 차례’ 불안감 시달려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일하던 강 모 집배원이 갑자기 숨진 가운데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책위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에 인력 충원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뉴스한국)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일하던 40대의 건강한 집배원이 갑자기 숨졌다. 올해만 벌써 아홉 번째 집배원 사망이다.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며 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 우정노조)에 따르면 당진우체국 소속 집배원 고 강 모(49‧남) 씨가 19일 아침 당진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쓰러져 있었다. 강 씨가 출근하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동료 집배원이 그의 집을 찾았다가 사망한 고인을 발견했다. 강 씨는 대전에 집이 있지만 지난해 8월 정규직이 되자 당진에 원룸을 얻어 혼자 지냈다고 알려졌다. 강 씨는 4년 동안 위탁배달원으로 일하다 정규직이 된 지는 약 1년 만에 참변을 당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강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조사 차원에서 20일 오전 대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한다고 밝혔다. 우정노조는 강 씨가 과로사했다고 추정한다. 그는 지병이 없었고 올해 3월 건강검진 결과 이상 소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창현 의원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어제 돌아가신 집배원이 근무하는 당진우체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962시간이며 이는 하루 평균 12.6시간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시간을 더 일하는데, 하루 이틀 이렇게 일하는 게 아니다”며, “이렇게 일하고 안 죽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공주우체국에서 일하던 이 모(34‧남) 집배원이 지난달 13일 사망한 지 불과 한 달 여 만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도대체 우정사업본부는 뭐하고 있나. 집배원 사망을 일상적인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건가. 노동부는 뭐하고 있나. 지난달 23일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본 특별 근로감독을 요구했는데 왜 아직 안하고 있나. 우체국 인력 2000명 늘려야 하는데 기획재정부는 뭐하고 있나”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집배 노동자들이 뇌심혈관계로 반복적으로 사망하는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고 당장 역학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25명의 집배원이 죽었다. 올해 9명이 돌아가셨으니 앞으로 16명이 더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릴 건가”라며,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정부 차원의 맹성(매우 깊이 반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은 “강 집배원은 매일같이 2만 보가 넘게 걷고 심박수 110을 유지한 상태로 연간 노동시간 2962시간을 감내했다”며, “칼을 들이대서 사람을 죽이는 건 분명 살인이지만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노동자를 죽음에 내모는 것도 살인이다. 당장 멈춰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진 시민들은 오늘 강 집배원을 기다리겠지만 그는 오지 않는다”며, “대책이 없으면 앞으로 더 많은 집배원이 쓰러질지도 모른다. 현장에서는 많은 노동자가 ‘다음은 내 차례’라며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이 죽음을 멈추기 위한 파업을 준비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24일 우체국 전 노동자가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돌입하며, 내달 8일 이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