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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두민, 선천성 좁은 시야를 극복한 음악

등록 2019-08-08 17:48:40 | 수정 2019-08-08 17:52:45

피아니스트 김두민. (워너클래식 제공=뉴시스)
피아니스트 김두민(16)은 마치 신체기관처럼 피아노 건반을 다뤘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백내장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은 그는 오른쪽 눈으로만 건반을 보고 연주활동을 해야 하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복잡한 악보를 쳐다보는 동시에 피아노의 88개 건반을 볼 수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피아니스트로서는 치명적인 약점. 그가 보는 검은·흰색으로 이뤄진 피아노 세계는 다를까 궁금해졌다.

그가 워너클래식을 통해 발매한 데뷔 앨범 ‘멘델스존 피아노 작품집’에 답이 숨겨져 있다.

김두민은 8일 신촌동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시야확보가 어려워 실수를 하면 해당 부분은 눈을 감고 연습을 해요”라고 밝혔다.

멀쩡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음악 세계는 야박하게 포위될 수 있다. 용감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때, 진짜 세계가 보인다.

김두민은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악보를 외우는 방법을 익혀 왔다. 2016년 SBS TV ‘영재발굴단’ 인터뷰에서 건반 위에 닿는 손끝의 감각을 민감하게 하고자, 건반 위에 천을 덮고 연습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두민이 섬세한 연주를 들려주는 이유다. 그는 연주를 할 때 제3자의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제 방식대로 흘러 보낸다는 느낌”으로 연주한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김두민. (크레디아 제공=뉴시스)
김두민의 메이저 음반사 계약도 자연스러웠다. 보통 피아니스트가 이름을 알려 음반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세계 내로라하는 콩쿠르에 입상하거나, 거장 연주자의 추천을 받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나거나.

하지만 김두민의 답은 이 선택지에 없다. 프랑스 최고 음악원 중 하나인 ‘파리 에콜 노르말 드 무지크 드 파리’에서 공부하던 2017년, 그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워너클래식의 사장과 아티스트 담당 부사장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이후 이례적으로 워너클래식과 음반발매 계약을 맺게 된다. 같은 해 10월, 파리 근교의 스튜디오에서 멘델스존의 피아노 작품들을 녹음했다. 그의 나이 불과 만 14세 때였다. 이때 녹음한 앨범이 데뷔 음반이 된 것이다.

김두민은 멘델스존에 대해 “요즘 말로 하면, 종합 음악인”이라고 봤다. “지휘자,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였어요. 음악 관련 지식이 풍부해서 색채, 캐릭터도 다양했죠.”

워너클래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 음악회사인 ‘EMI클래식’의 122년 전통을 잇고 있다. 이상민 워너뮤직코리아 이사는 김두민이 이 레이블에서 임동혁과 임현정, 지용에 이어 네 번째로 음반을 내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했다.

워너뮤직과 3대 직배사로 통하는 유니버설뮤직과 소니뮤직에서 음반을 낸 피아니스트도 손을 꼽을 정도다. 유니버설뮤직에서는 조성진, 소니뮤직에서는 윤홍천 정도다.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관계자들도 이날 김두민의 쇼케이스를 지켜봤다.

피아니스트 김두민. (크레디아 제공=뉴시스)
이 이사는 ”어느 한국인 피아니스트보다도 어린 나이에 메이저 음반사를 통해 데뷔 음반을 발매하는 연주자“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만 발매되는 로컬음반이 아니라, 워너클래식 본사에서 계약, 세계에 동시 발매되는 인터내셔널 음반으로 더 뜻 깊다“고 특기했다.

청주 태생인 김두민은 일곱 살 때 처음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출신이다. 과거 ‘영재발굴단’에 출연해서 주목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명문 음악원 ‘이몰라 아카데미’에서 배웠다. 2016년 파리 에콜 노르말 드 무지크 드 파리에 입학했다. 1919년 스위스 태생의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1877~1962)가 설립한 음악원이다. 독자적인 교육 시스템과 수준을 자랑하는 프랑스 최고의 명문 사립 음악원이다.

김두민은 이곳 음악원의 ‘18세 이상만 입학할 수 있다’는 오랜 학칙을 깬 주인공이다. 열 세살의 나이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현재 미카엘 블라드코프스키를 사사하고 있다.

김두민의 롤모델은 피아니스트 백건우(73)다. 여덟 살 때 처음으로 접한 백건우의 피아노 연주회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꿈 꿨다. 그의 모친은 사랑하는 아들이 상처를 받을까, 포기시키려고 거장의 연주를 들려줬지만 오히려 꿈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김두민은 워너클래식이 2020년 발매를 예정하고 있는 ‘베토벤 작품 전곡 레코딩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그는 청각장애를 앓고도 불멸의 곡들을 써낸 베토벤이 자신의 정서와 가장 잘 맞는 작곡가라고 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문장으로 대변되는 그의 인생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연주로 표현하고 싶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연주자가 진짜 예술가에 가깝지 않나, 라고 생각해요.“

김두민은 9월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첫 번째 리사이틀을 연다. 데뷔음반에 실린 멘델스존의 피아노 작품들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과 12번을 들려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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