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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한복판에 선 증인들의 목소리…땅도 바다도 하늘도 위기다

등록 2019-11-08 19:25:25 | 수정 2019-11-13 06:25:25

7일 녹색연합 주최 2019 그린컨퍼런스 '기후변화의 증인들' 열려

서재철 녹색연합 활동가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그린컨퍼런스에서 '한반도 침엽수의 마지막 기록'을 주제로 발표했다. 화면에 하얗게 보이는 게 항공사진으로 찍은 구상나무 사체다. (뉴스한국)
'변화'는 이미 시작했고, '위기'를 지나 '응급' 상황에 이르렀다. 빠르게 내달려 저 너머에 이르면 생태계가 멸종한 잿빛 세상이 펼쳐져 있다. 인간의 멸종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기후변화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알고 있을까. 7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녹색연합 주최 2019 그린컨퍼런스에서 기후변화의 증인들이 증언에 나섰다. 기후는 변하고 있고 땅도 바다도 하늘도 그리고 우리도 위기 상황이다.

꽉꽉 했던 제주 바다에서 돌도 죽어간다
해녀 김혜숙 씨는 1959년 제주 우도에서 나고 자라 17살부터 물질을 시작했다. 김 씨는 어릴 때 바다를 놀이터로 여겼다. 이름도 다 알 수 없는 다양한 해초가 바다를 가득 메워 어둡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런 모양을 제주 사투리로 '꽉꽉하다'고 표현했다.

"딱딱한 풀 길게 자란 풀 셀 수 없이 많은 풀 사이로 고기들이 알을 싸고 나가면 우리는 재미로 알을 주어먹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백화 현상으로 알을 쌀 곳이 없어 물고기들이 아예 오지를 않는다. 깊은 곳에서도 백화현상이 나타났고, 먹이를 찾지 못한 소라는 껍데기만 남아 흔들면 달그락 소리가 날 정도다. 예전에는 바다 바닥의 돌이 딱딱했고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아 풀들이 꽉꽉 들어찼는데 지금은 돌도 죽어 푸석푸석하다. 그나마 성게가 돌아다니지만 먹을 게 없어 돌을 갉아 먹고 있다. "

김 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 기록자 이혜영 씨는 화면에 지난 40년 동안 모자반·톳, 오분자기·전복의 생산량 그래프를 띄웠다. 시간이 갈수록 생산량이 확연하게 줄어든다.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제주 세 곳에 있는 삼양·한림·화순 화력발전소는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올라갈 때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를 미리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씨의 말이다.

"화력발전소 바로 옆에서 물질을 한 적이 있는데 발전소에서 나온 뜨거운 물로 인해 바다에 길이 쫙 놨다. 돌이 죽으면서 감태도 파래도 가시리도 모두 죽었고 소라도 전복도 살지 못했다."

80세 해녀 박영추 씨는 컨퍼런스에 이런 글을 보냈다.

"자연이 죽으면 사람도 살 수 없어. 바다에 해초가 없으면 고기도 못 살듯이. 작은 것부터 죽어가다 차차 큰 것들까지. 큰 일이라. 잘 살수록 쓰레기 천지 아니라."

언제까지 사과나무를 키울 수 있을까
경남 함양 서하면 운곡리에서 온 9년차 농부 마용운 씨는 부모님 뒤를 이어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사람들은 유독 빨갛게 익어 달콤한 사과를 좋아하지만 그 요구를 충족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점점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가 빨갛게 익으려면 표면에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만들어져야 하고, 달콤해지려면 나뭇잎이 햇빛을 받아 포도당을 만들어 열매에 축적해야 한다. 선선한 날씨에서 햇빛을 잘 받아야 할 일이다. 이런 사과가 태어나기에 최적 온도는 섭씨 15~20도다.

그런데 해마다 닥치는 가을 장마 탓에 사과가 햇빛을 받지 못해 빨갛게 익지 않고 달지도 않다. 거기에 태풍까지 닥친다. 올해 슈퍼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으로 꺾였지만 앞으로 한국에 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이 가을장마는 기록적인 폭염 뒤에 찾아오는데, 너무 덮다가 비가 쏟아지니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열매를 다 떨어뜨리는 일도 벌어진다."

마 씨는 기온이 높고 물이 많은 날씨 탓에 1년에 3~4세대 번식하던 복숭아순나방이 1년에 5세대까지 증식한다고 지적했다.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는 더워지는 날씨 탓에 점점 북쪽으로 생장지를 옮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10~20년 후면 한국의 불과 30% 면적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이 마저도 2090년이 되면 영토의 1%에서만 그러니까 강원도 높은 산꼭대기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게 된다.

마 씨는 작은 소망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그랬듯 아이들이 사과나무 그늘 안에서 아장아장 사과를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그 소망을 이루려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행동하고 실천해 달라.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소금을 뿌린 듯…메밀꽃이 아니라 떼로 죽은 구상나무 사체 무덤
녹색연합의 환경운동가 서재철 씨는 '한반도 침엽수의 마지막 기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기후변화가 환경단체의 모든 일을 압도하거나 규정하고 있다고 말하며, 기후변화의 속도는 마치 축구에서 공격수가 골문으로 쇄도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서 씨는 2000년 초반 지리산 지킴이나 일부 국립공원 직원들에게 구상나무가 시름시름 앓거나 죽어간다는 말을 들었지만 2015년 백두대간 산사태 조사를 하며 '떼죽음' 혹은 '멸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지리산만이 아니라 한라산·덕유산·태백산·오대산·설악산까지 해발고도 1200m 이상의 산을 다니며 조사를 했는데, 생각보다 조사는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 산지에서 구상나무·가문비나무·분비나무가 부분적으로 죽어간다면 조사가 어려웠겠지만 70~90%가 죽어있어 산 것만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고사의 양상은 전면적이고 빠른 속도로 이어졌다. 시름시름 앓다가 곁가지가 떨어지고 잎이 탈색해 잔가지가 떨어지고 겉껍질이 떨어진다."

서 씨는 대형 화면에 한라산에서 집단 고사한 구상나무와 지리산·덕유산에서 떼로 죽은 분비 나무 사진을 차례로 띄웠다.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눈을 맞은 듯한 저 장관이 실상은 뿌리부터 말라 힘없이 쓰러진 구상나무·분비나무의 사체다. 사진의 실상에 객석에서는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라산은 지금 이런 모습이다.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건물과도 같다. 백록담까지 이어지는 해발 1700~1800m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나무들이 죽는 건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거나 적게 내리거나 빠르게 증발산하거나 봄철에 가물어 건조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가 한꺼번에 쏟아 붓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름의 폭염이 나무를 뿌리부터 흔들어댈 때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간다. 이렇게 구상나무는 전멸했다.

지리산도 마찬가지다. 지리산에서 침엽수가 가장 발달한 천왕봉 중봉에서도 녹색의 활엽수를 뺀 침엽수들은 회색이나 흰색으로 죽었다. 태백산·함백산·설악산까지 분비나무도 밑동이 부러지거나 가지가 떨어진다. 침엽수는 이제 한반도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죽음의 길을 걷고 있다."

기후 위기 공포 팽배하지만 방법은 있다
죽음으로 치닫는 이 변화를 선회할 방법이 있을까. '오래된 미래'를 쓴 세계적인 생태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스웨덴)는 이날 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희망을 강조했다. 지구는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첨단 기술로도 지구 생태계가 하는 일을 시뮬레이션할 수는 없지만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찾아 악순환의 궤도로 빠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학적인 근거를 보면 화석연료는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같은 상품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점이다. 수천억 톤의 소고기와 낙농제품을 수출하고 수입하며 생선을 수입해 손질한 후 다시 수출하는 식의 '미친 교역'을 중단해야 한다. 내수용으로 자급자족하는 게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데 효과적이다."

노르베리 호지가 강조하는 건 '공동체'다. 지역에서 식량을 생산하고 경제를 영위해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거리를 줄이면, 포장을 줄이고 냉장이 필요없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다양성도 강화할 수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고 소비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지역 차원의 응집력이 강해지면 행복의 경제학이 성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 침묵을 깨자"
컨퍼런스를 마치며 윤정숙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기후침묵을 깨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삶의 변화와 생존의 문제가 발 밑에 와 있고 삶에 들어와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기후 침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7등인데 얼마나 속도감 있게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60개의 석탄화력발전소도 모자라 7개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공정률이 가장 낮은 삼척화력발전소는 1.5km의 천연동굴을 뭉게고 올라가고 있다. 우리가 증인이 되어 기후 침묵을 깨자."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