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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심청가’ 낸 장문희 명창 “소리와 나는 한 몸이어라”

등록 2019-11-14 17:30:51 | 수정 2019-11-14 17:33:46

전주대사습 역사 가장 어린 장원 ‘괴물 소리꾼’

장문희 명창. (장문희 측 제공=뉴시스)
장문희 명창(43·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수석)은 젊었을 때부터 ‘괴물 소리꾼’으로 주목 받았다. 2004년 전주대사습에서 장원을 차지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불과 스물아홉 살이었다.

전주대사습 역사에서 가장 어린 장원이었다. 심사위원 전원이 만점을 줬다. 그런데 이전까지 장원은 주로 중장년들의 차지였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장원이 된 것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왔다. 이 전주대사습이 끝난 뒤 주최 측은 명창부 출전 자격을 만 30세 이상으로 바꿔버렸다.

유성들의 무리를 목격하듯 환희와 절절함이 동시에 배어 있는 목소리. 장 명창의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듣고 마는 이는 없다고 했다.

1976년 강원 인제에서 태어난 장 명창은 아홉 살 때부터 이모인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이일주 명창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다.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네 바탕을 이수했다.

이 명창은 조선 후기에 줄타기뿐 아니라 소리에서도 이름을 날린 이날치 명창의 증손녀이기도 하다. 서편제 판소리를 대표하는 이 명창은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새들이 날아들었다는 일화로 회자되는 ‘전설적 명창’이다. 장 명창의 할아버지, 즉 이일주 명창의 아버지인 이기중도 소리꾼이었다.

장 명창은 우리나라 판소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창들의 피를 이어받은 셈이다. 장 명창은 위대한 스승도 뒀다. 안숙선 명창이다. 안 명창으로부터는 ‘적벽가’를 배웠다. 그렇게 판소리 다섯 바탕을 완창하는 소리꾼이 됐다.

장 명창이 최근 음반 ‘심청가’를 내놓았다. 동초제 혹은 김연수제 ‘심청가’다. 동초제란 동초(東超) 김연수(1907~1974)가 새로 정리해서 짠 판소리 다섯 바탕을 가리킨다.

소리꾼 오정숙이 김연수제 ‘심청가’에서 낯선 느낌을 덜어냈다. 김소희 명창, 박초월 명창을 거쳐 오정숙 명창을 사사한 이일주 명창의 목소리와 태도를 장 명창은 이어 받았다.

구성 있는 목과 날카로운 기세인 서슬로 요약할 수 있는 이일주 명창의 특징을 장 명창은 갖췄다. 그래서 장 명창의 ‘심청가’는 이일주 명창의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소리꾼 장문희. (장문희 측 제공=뉴시스)
음반 녹음으로만 보면 창 부분의 ‘범피중류’에서 오자서가 나오는 부분이 생략됐다. 이일주 명창이 뺀 ‘뺑덕이네 생김새’ 부분을 장문희가 되살렸을 뿐이다.

15년 전부터 장 명창에게 ‘음반을 내자’는 음반회사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장 명창의 판소리를 다 녹음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장 명창은 신중했다. 지금은 음반을 낼 때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소리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동현 군산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이 음반이 장문희 판소리의 최종적인 종착점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장문희는 젊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음반은 장문희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판소리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이 음반은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을 것인가. 장 명창은 대중성도 갖췄다. 2017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음악 예능프로그램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에서 눈부실 활약을 펼쳤다.

‘더 마스터’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다만 대중가요, 클래식, 국악, 재즈, 뮤지컬, 밴드 음악을 대표하는 장인들이 출연, 음악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 명창의 이번 음반 녹음은 대중음악 작곡가 김형석의 스튜디오에서 했다. 김 작곡가는 장 명창의 목소리를 믿고 소중한 공간을 기꺼이 내줬다.

장문희는 이번 음반을 내놓으면서 ‘가즉기인(歌卽基人)이니 창아일체(唱我一體)이어라’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노래가 곧 그 사람이니, 소리와 나는 한 몸 이어라”는 뜻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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