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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우리 모두 아름다운 꽃…‘돛’은 나 아닌 여러분 이야기”

등록 2019-11-20 17:33:11 | 수정 2019-11-20 17:37:33

올해 데뷔 30주년..13년 만에 정규 10집 발매
시티팝 열풍 재조명 21~23일 CKL스테이지서 콘서트

김현철. (에프이스토어 제공=뉴시스)
가수 김현철(50)은 ‘천재 뮤지션’이라는 수식을 받고 등장했다. 그가 1989년 내놓은 데뷔작 ‘춘천가는 기차’는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항상 손꼽힌다.

20일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만난 김현철이 “20대 때 낸 앨범을 보면 잘난 사람은 저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올해 데뷔 30주년,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지천명’이라 불리는 쉰 살이 된 김현철은 나이가 들면서 “제 꼬라지(꼴)를 아는 변화가 생겼다”고 웃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의 처지를 아는 거예요.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죠.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을 파악하고 거기서 감성을 표현하는 거죠. 예전에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하.”

김현철은 지난 17일 정규 10집 앨범 ‘돛’을 발매했다. 그가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13년 만이다. 지난 5월 이번 정규 앨범의 선공개 형태로 미니앨범 ‘10th – 프리뷰’를 발매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현철은 최근 들어 ‘음악가들의 음악가’로 새삼 인식됐다. 최근 국내 시티팝 열풍이 불고 그의 음악들이 재조명되면서다. 10대, 20대들이 그의 과거 음악을 다시 찾아 듣고 소비하면서 13년 만에 강제 소환됐다는 평을 듣는다. MBC TV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판정단 중 한 명으로 여기던 김현철을 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

김현철은 국내 ‘시티팝’의 원조로 통한다. 시티팝은 경제부흥을 누린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도회적인 장르다. 국내에서는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이 장르가 태동하기 시작했고, 선봉에는 김현철이 있었다.

미디엄 템포의 세련되면서 고급스러운 편곡, 맑고 감각적인 멜로디와 사운드가 특징이다. 1989년 1집 타이틀곡 ‘오랜만에’와 1992년 2집 타이틀곡 ‘그런대로’가 대표적이다.

김현철. (에프이스토어 제공=뉴시스)
2CD에 총 17개 트랙을 꽉 채운 앨범은 기대에 부흥한다. 트랙 양도 많지만 곡마다 질은 그 이상이다. ‘김현철 시티팝’의 정수를 보여주는 타이틀곡 ‘위 캔 플라이 하이(We Can Fly High)’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날아오르자’라는 희망을 노래했다.

김현철이 ‘유재하 음악 가요제’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이 대회 참가자로 인연을 맺었던 박원이 피처링한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더블 타이틀곡이다.

각각 ‘안아줘’와 ‘그런거군요’를 부른 백지영과 박정현 같은 대표적 중견 가수들도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젊은 후배 뮤지션들의 참여다.

대세 인디 밴드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은 ‘감촉’을 불렀다.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와 휘인은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를 피처링했다. 듀오 ‘옥상달빛’은 ‘웨딩 왈츠’로 함께 했다. 차세대 R&B 뮤지션들로 꼽히는 죠지와 쏠(Sole)은 각각 ‘드라이브’와 ‘투나이트 이즈 더 나이트’를 불렀다.

김현철은 음악가들에게 ‘옛 사람’, ‘요즘 사람’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봤다. 그는 “모두가 음악하는 사람이에요. 이번에 제 음악을 젊은 친구들의 목소리에 담은 건 큰 도전이었는데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젊은 뮤지션뿐만 아니라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곡도 실었다. 아름다운 노랫말 쓰는 것으로 유명한 작사가 박창학이 김현철과 함께 가사를 쓴 노래다.

“젊은 친구들이 앞길이 창창함에도, 중간에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렇지 않더라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친구들한테 전하는 곡이에요. 예쁘지만 꽃은 아마 자기가 꽃인 줄 모를 거예요. 땅에 떨어져봐야 ‘내가 꽃이었구나’를 아는 거죠. 본인이 뿌리라고 생각하기보다 모두 ‘아름다운 꽃’이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김현철. (에프이스토어 제공=뉴시스)
이번 앨범의 머릿곡은 ‘푸른돛’이다. 역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포함되는 듀오 ‘시인과 촌장’의 2집에 실린 동명 곡을 리메이크했다. 이번 앨범 제목을 ‘돛’으로 짓는데 영감을 준 곡이다. 그래서 김현철은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새로운 항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제 음악을 좋아해 주는 분들, 음악과 방송 관계자 분들 덕에 지금껏 온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이제 제 스스로 돛을 올리고 항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9집까지는 제 이야기만 해온 것 같은데 10집부터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김현철은 “사람은 스무 살을 정점으로 점차 자신이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는 더 큰 사람이 돼 있는 듯했다. 김현철은 “앞으로 더 작아지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LP 시절부터 스트리밍 시대까지 살아남은 김현철은 “이번 앨범은 CD로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닌 LP 발매가 목적이었어요. 12월 말 LP가 나온다”고 예고했다.

한편 김현철은 21~23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10집 발매 기념을 겸하는 30주년 기념 콘서트 ‘돛’을 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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