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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지 않게” 故 김용균 1주기 추모주간 선포

등록 2019-12-02 15:02:48 | 수정 2019-12-02 22:07:24

어머니 김미숙, "사회에 맞서 7일 촛불을 들자"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한국)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스물네 살의 청년 노동자 김용균이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굉음이 울부짖는 어두컴컴한 발전소에서 도움의 손길조차 뻗지 못하고 그가 죽은 건 생명을 차별하는 대한민국이 위험의 외주화라는 거대한 컨베이어벨트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딱지가 붙으면 목숨값도 노동 값도 하찮게 여기는 저열한 사회 구조는, 지금도 성실하게 작동하고 있다. 김용균이 목숨을 잃은 지 꼬박 1년을 맞아 고인 추모하는 단체(160개)와 개인(2501명)이 2일을 시작으로 추모주간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 추모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제목의 추모주간을 선포했다. 추모위는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유가족이 참여하는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이행을 약속했지만 대책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그 대책들이란 게 노동 현장에 전혀 가 닿지 않고 있다. 긴급안전조치로 발표한 2인 1조 근무, 설비 인접 작업 시 설비 정지 후 작업 등은 ‘긴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육중한 설비를 가동하는 중에 해당 설비 가까이에서 작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2인 1조 근무는 일부 인원만 충원한 정도다. 김용균 장례 직전 정부와 여당의 발표는 그저 발표로만 남았고 총리 훈령을 근거로 한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도 마찬가지다. 김용균 사망 1주기가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복한다는 게 추모위의 지적이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 나가고 있다. 1년에 2500명이 죽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 국가 1위의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임기 내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은 메아리처럼 실체도 없이 여기저기를 맴돌 뿐이다. 게다가 김용균 사망을 계기로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 사망사고가 많은 작업을 도급 금지나 승인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지 못한 탓에 김용균을 보호할 수 없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됐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사망 사업주 하한형 처벌도 없다. 최근 10년 동안 산재 사망사고의 금고 이상 형은 1468건 중 6건(0.4%)에 불과하다. 산재 사망 노동자 1명이 발생하면 벌금 450만 원을 내면 그뿐이다. 추모위는 이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표현도 과하다. 아예 살인 면허를 지급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산안법에 하한형을 도입하지 않아 국민 생명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하겠다는 약속마저 헌신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경찰조사에서 처벌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며, "국회에서 법안 심사조차 않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김용균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노동자 다 죽이는 잘못된 구조적 시스템을 무너뜨리고자 7일 사회 불의에 맞서 촛불을 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 이웃이 안전해야 내가 안전할 수 있다는 걸 함께 공감하고 사회 어둠을 걷어내고자 하는 분들이 동참해 달라”며, “추운 겨울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촛불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말처럼 추모위는 오는 7일 오후 5시 서울 종각역 네거리에서 광화문 분향소로 이동해 집단 분향을 하고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까지 행진한다. 바뀌지 않는 죽음의 현실을 규탄하고, ‘안전하고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만들자는 염원을 담는다. 이와 함께 3일부터 토론회와 기자회견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 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김용균 사망 후 1년 동안 발전소 현장이 바뀌었는지 살펴본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