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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전면전 없으면 평화? 하이브리드 전쟁 위험 커진다

등록 2019-12-09 10:49:19 | 수정 2019-12-10 09:49:43

아산정책연구원, "북한 이미 국가수준 하이브리드 위협 도구화"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어 위기 이전에 대응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아산정책연구원 박지영 선임연구위원과 김선경 연구원 연구팀은 '하이브리드 전쟁의 위협과 대응'이라는 제목의 짧은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미 국가수준의 하이브리드 위협을 도구화해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하이브리드 위협은 군사력 만이 아니라 기술력·정치력·경제력을 모두 망라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정치공작·경제침투·정보탈취·교란하는 심리전 및 사이버전 등 비정규전과 핵을 비롯한 정규전을 결합한 게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서방에 비해 자원이 빈약한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조지아·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사이버전과 분쟁에 개입하거나 경제젹 영향력 및 에너지 자원 등을 결합해 국면을 자국에 유리하게 전환했다. 2013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은 하이브리드 전쟁을 가리켜 '선전포고 없이 이뤄지는 정치·경제·정보·기타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항의 잠재력과 결합시킨 비대칭적 군사 행도'이라고 정의했다.

연구팀은 "군사적 전면전이 드문 현대사회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군사 충돌보다 비군사적·비전통적 개념의 위협이나 전쟁의 중요도가 커진다"고 진단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전쟁의 군사력이나 권력 집단 만이 아니라 사회나 문화를 공격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노리는 만큼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대중매체를 활용한 고도의 심리전은 공격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고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이브리드 전쟁을 '회색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위협은 사이버전·정보전·경제로 구분할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은 해킹 대상의 기능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14년 11월 미국 소니픽쳐스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를 제작했을 때 북한은 여러 차례 경고하다 결국 소니 내부문서를 무차별 유출해 무릎꿇게 한 적이 있다.

정보전은 사이버공간에서 여론 선동과 조작 수단으로 쓰이는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개발 비용도 저렴해지면서 효율성이 크다. 러시아가 정보 주도의 정보전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데 지난 미국 대선 당시 SNS에 가짜뉴스를 배포해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장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경제도 하이브리드 위협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느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은 한국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했으며, 일본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한국 법원이 판결을 보복하느라 수출규제를 실시했다.

한국은 하이브리드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까. 연구팀은 "북한이라는 상수적인 위협 외에도 최근에는 주변국들(미국·러시아·중국·일본) 하이브리드 위협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의 적극적인 대외 영향력 확대 의지,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국수주의와 미·중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에게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해 있어 강대국들의 하이브리드전에 말려들기에 최적화된 나라"라고 꼬집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