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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트케, 노벨문학상 수상…전범 옹호 비난에 침묵

등록 2019-12-11 17:44:11 | 수정 2019-12-11 17:49:05

한트케 “딸기밭은 영원히, 산딸기는 영원히” 선문답
보스니아 등 7개국 항의 표시로 노벨상 시상식 불참
스웨덴 한림원 위원 “한트케 축하는 내게 위선” 불참

유고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인종 학살 옹호 전력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던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사진은 한트케(왼쪽)가 스웨덴 국왕인 칼 구스타프 16세로부터 노벨상을 받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유고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인종 학살 옹호 전력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던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문학상을 받았다. 세르비아와 터키 정부 등은 인종 학살 옹호 전력을 이유로 노벨 문학상 수상 취소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A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알바니아와 보스니아, 코소보, 크로아티아, 북마케도니아, 터키, 아프가니스탄 등 7개국 대사는 항의의 표시로 시상식을 보이콧 했다.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회를 겸하는 스웨덴 한림원 위원 1명도 한트케의 수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불참했다.

한트케는 이날 연회에서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딸기밭은 영원히, 산딸기는 영원히(strawberry fields forever, wild strawberries forever)”라는 비유 섞인 논평만 내놨다. 그는 지난 6일 스톡홀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의견이 아니라 문학을 좋아한다(I like literature, not opinions)”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한트케는 지난달말 독일 디 차이트와 인터뷰에서는 “내가 유고슬라비아에 대해 쓴 단 하나의 말도 비난받을 수는 없다”며 “그것은 문학이다”고 항변했다. 한트케는 “당시 세르비아에 대한 정보는 단조롭고 일방적이었다”고 자신을 옹호하기도 했다.

유고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인종 학살 옹호 전력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던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사진은 한트케(사진 오른쪽)가 공동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와 노벨상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AFP통신은 한트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이 전통적으로 참석해온 스톡홀름 교외의 한 고등학교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고교 학생들은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한트케와 달리 노벨문학상 공동 수상자인 폴란드 출신 올가 토카르추크는 초대 받았다.

AFP는 한트케가 시상식 이후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연회에서 스웨덴 국왕인 칼 구스타프 16세 부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좌석에 앉은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고도 했다. 한트케와 달리 토카르추크는 칼 구스타프 16세와 다니엘 왕자 사이에 앉았다. 주최 측은 좌석 배치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수백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트케의 수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일부 시위대는 인종학살 피해국인 보스니아 국기를 흔들며 ‘누구를 믿는가, 헤이그(전범재판소)냐, 한트케냐’고 외치기도 했다.

시위 주최자이자 학살 피해자 유가족인 토피카 사바노비크는 “그는 전범들을 변호하고 대량 학살을 정당화한다”며 “우리는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도 전쟁 희생자 단체가 인종 학살을 옹호하는 한트케를 비난하는 대형 전광판을 세웠다.

유고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인종 학살 옹호 전력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던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사진은 시상식에 이어 열린 연회에 참석한 한트케(사진 가운데). (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위터에 “인종주의적 인물에게 노벨 문학상을 주는 것은 인권 침해에 상금을 주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세피크 자페로비치 보스니아 대통령도 지난 10월10일 한트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성명을 내어 “한트케는 집단학살, 성폭행, 집단수용 등 잔혹한 범죄의 희생자들에게 반성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노벨문학상 수여는 그의 불명예스러운 문학적,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의 외부위원 2명도 사임한 바 있다. 한 외부위원은 “한트케의 수상은 문학이 정치 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또 다른 한 위원은 ‘미투’ 파문 이후 한림원의 미진한 내부 개혁을 이유로 물러났다.

유고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인종 학살 옹호 전력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던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사진은 스톡홀롬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AP=뉴시스)
한트케는 지난 1995년 세르비아 군이 이슬람교도인 보스니아인 8000명을 학살했던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을 인정하지 않아 비난을 받아왔다. 오히려 그는 2006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前) 신유고연방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참석해 “비극적인 인물”이라며 추모하기도 했다.

밀로셰비치는 1990~2000년대 유고 내전 당시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부추겨 수십만 명을 죽게 만든 인물이다. ‘발칸의 도살자’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은 정치적인 상이 아니라며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회를 이끈 안데르스 올손은 “한트케는 정치적 작가가 아니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반면 한트케 수상에 반대해온 페테르 잉글룬드는 “수상을 축하하는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은 내게 위선”이라며 시상식에 불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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