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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감독 “모차르트 교향곡은 삶의 희로애락 들어 있어”

등록 2019-12-27 17:42:55 | 수정 2019-12-27 17:46:58

코리안 챔버오케스트라 창단 55주년 기념 프로젝트
모차르트 교향곡 46곡 전곡 실황 연주 처음

김민 음악감독.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제공=뉴시스)
“교향곡, 실내악, 오페라 그리고 레퀴엠까지 폭넓게 접하면 모차르트에게는 밝은 부분뿐 아니라 심오하고 절망적인 부분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삶의 모든 희로애락이 들어 있는 거죠. 드라마틱한 문학전집 같아요.”

음악으로 삶을 통찰한 듯한 백발이 성성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민(77·서울대 명예교수).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KCO) 음악감독이기도 한 그가 든 활이 돈키호테의 창처럼 번쩍거렸다.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가 내년 국내 민간 챔버 오케스트라로서는 최초로 창단 55주년을 맞는다. 첼리스트인 전봉초(1919~2002) 전 서울대 교수가 1965년 서울바로크합주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단체다. 김 감독은 1980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었다. 2015년 지금의 이름으로 연주단체명을 변경했다. 내년이 그의 취임 40주년이다.

이처럼 의미가 있는 해에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가 대형 프로젝트를 벌인다. 모차르트 교향곡 46곡 전곡을 연주한다. 28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를 시작으로 내년 12월 22일까지 4, 5곡씩 10차례 나눠서 공연한다. 특히 모든 공연 실황을 녹음, 음반으로 낼 예정이다.

잉글리시 체임버,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등 세계적 연주 단체들이 스튜디오 녹음으로 모차트르 교향곡 전곡 음반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실황 연주는 세계에서도 드물다.

최근 서초동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사무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모차르트 음악이 크리스털 같이 깨끗해서 리스크가 큰 작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모해 보이지는 않는다. 김 감독과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의 공력이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무대에 발가벗고 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투명하죠. 하얀 도화지에 점 하나 떨어지지 않게 연주할 정도의 완성도가 생명이에요.”

내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전역이 베토벤 프로젝트로 들썩거리는데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는 독야청청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로 분주하다.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RAMI 제공=뉴시스)
“약 2년 반 전부터 준비했어요. 당시에는 2020년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는 생각은 못했죠. 챔버 오케스트라로서 우리 연주를 한번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겼으면 해서 고심을 하다가 택한 것이 모차르트였어요.”

모차르트가 작곡에 참여한 교향곡은 총 50여 곡으로 추정된다. 학자 등이 모차르트의 곡이라고 암묵적으로 합의한 개수가 46곡이다. 양이 워낙 방대해 1970년대부터 해외에서 활약한 김 감독조차 46곡 중에서 28곡은 처음 연주해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연주 프로젝트로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주력이 정리가 될 것 같아요. 앙상블의 균형이 확실히 더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년 후에 대한 기대가 커요.”

김 감독은 겸손했지만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는 이미 검증 받았다. 바로크, 고전뿐 아니라 현대음악 등 스펙트럼이 넓다. 무엇보다 27일 기준 141회의 해외 초청 공연을 했다.

김 감독은 해외에서 ‘인정받았다’는 대신 ‘공감을 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클래식 음악은 서양의 것이지만 같이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거예요.”

단체가 55주년, 음악감독 40주년을 맞이한 비결에 대해서는 “즐거움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라며 씨익 웃었다. “저희는 방대한 계획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이처럼 오래 할 수 있을 지 상상도 못했어요. 하하. 시행착오를 겪고 하나씩 터득하면서, 부족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않는 연주 단체가 이처럼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민간 연주 단체를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긴 하다. 하지만 범위가 넓지 않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술 분야는 지원이 축적돼야 합니다. 단발성 지원은 당장 목을 축일 수 있게는 하지만 더 이상 자랄 수는 없게 해요. 결국 성장할 수 있게 물을 받아 놓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 시스템이 최소한 구축될 수 있도록 음악뿐 아니라. 무용, 연극 등을 장기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죠.”

지휘자 랄프 고토니.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제공=뉴시스)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의 명성에 걸맞게 이번 프로젝트에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힘을 싣는다. 개런티를 자처해서 절반으로 줄인 이들도 있다. 10회 무대에 초청 지휘자로 함께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랄프 고토니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그리고 작곡가로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 고토니는 “우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통해 다양한 주제와 구성, 환상적인 리듬, 아름다움, 파워(힘), 유머 그리고 비극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인간의 감성을 접하게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KCO와 함께 중대사를 기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손정범,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과 프리데만 아이히혼, 비올리스트 알렉시아 이이히혼, 플루티스트 칼 하인츠 슈츠 등도 함께 한다. 김 감독은 “이런 분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행운이자 또 다른 기회”라고 만족스러워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에게 본인의 지금 순간을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곡이 무엇인지 물었다.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꼽았다. 이유를 묻자 “들으면 알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스코틀랜드의 민요 선율을 바탕으로 쓴 이 자유로운 환상곡은 향수와 환상을 마음껏 자극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해 있었고 그건 결국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김 감독의 현재 모습이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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