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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기수 문중원 사망 43일…민주노총, 7년 만에 열사대책위 구성

등록 2020-01-10 10:53:15 | 수정 2020-01-10 15:15:33

2005년 문 연 부산 경마공원서 7번째 죽음…경쟁 부추기는 '선진경마' 철회 요구 거세

10일 오전 민주노총이 서울 정동에 있는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사망한 40대 기수 문중원 씨 사망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대책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뉴스한국)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경마기수 문중원(41·남) 씨가 지난해 11월 29일 경마공원 내 기수 기숙사 화장실에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지 43일째인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열고,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및 노동자 죽이는 공공기관 적폐청산 민주노총 대책위원회(문중원대책위)' 구성 소식을 알리며 향후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열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2013년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대책위' 이후 7년 만이다. 기자회견에는 문 씨의 아버지 문군옥 씨와 문 씨의 부인 오은주 씨가 참여했다.

문 씨는 '무슨 말을 먼저 써야할지 모르겠네…'로 시작하는 석 장의 유서에 기수 시절 겪은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 내용과 마방 임대 비리 의혹을 기록했다. 문 씨의 죽음은 2005년 개장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발생한 일곱 번째 비극이다. 현장에서는 '갑질과 부조리가 타살했다'는 말이 나온다.

문중원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을 운영하는 한국마사회가 정부 출자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생명을 보장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마이크를 잡은 그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자살률은 일반 기업의 200배에 달한다"며, "2020년 1월 8일 연 민주노총 새해 첫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문중원대책위 구성을 의결했다. 마흔한 살의 고인이 죽은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온 국민이 그의 죽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과 함께 서울·제주에서 경마공원을 운영하는 한국마사회는 1993년 개인마주제를 시행하며 조교사와 기수·마필관리사의 고용관계를 해지했다. 조교사를 위탁하고 마필관리사·기수가 이들과 계약관계를 맺도록 경마산업을 외주로 넘겼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였던 기수들은 특수고용노동자인 개별사업자가 됐다.

조교사는 말을 훈련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경주마가 경주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경주 능력을 높이도록 관리하는 일을 한다. 조교사가 되면 마사회에서 마방을 유상으로 빌려 마방 운영권을 딸 수 있는데 마방을 빌린 후에는 마주를 상대로 영업해 말을 맡고 경주에 출전할 기수를 섭외해 경주 일정을 신청한다. 경주에서 순위에 들면 그에 따른 상금과 마주에게 받은 위탁관리비로 마방을 운영한다. 문 씨는 마사회 간부가 친분에 따라 특정 조교사에게 먼저 마방을 배정하는 식으로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도입한 '선진경마'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경마 순위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완전경쟁 체계가 선진경마의 진짜 얼굴이라고 지적한다.

문중원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문중원 열사는 선진경마 제도 폐기를 요구했지만 마사회는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마사회를 지휘·감독해야 할 정부는 마사회 뒤에 숨어 문제 해결을 방관하고 있다"며, 다섯 가지 제도 개선 요구안을 내놨다. 선진 경마 제도 폐기, 불평등한 계약 관계 개선, 마사 대부 적체 개선, 기수 적정 생계비 보장 등이다. 애초 문중원대책위는 조교사에게 마방을 유상으로 대여할 때 심사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도 요구안에 담았지만 심사를 아예 폐지하는 게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이를 뺐다.

문 씨의 아내 오은주 씨는 "기수 숙소에서 싸늘한 주검으로…지금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고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오 씨는 "부산 경마공원 관계자들과 서울 경마공원 관계자들에게 각각 만남을 요구했지만 부산 관계자는 '권한이 없다'고 했고 서울 관계자와는 아예 만나지도 못하고 경찰에게 폭행 당한 후 비참하게 돌아왔다. 그때 우리나라 공기업 한국마사회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사회를 밟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서울까지 올라왔다. 아직 마사회의 높은 벽을 넘을 수는 없지만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굴복하지 않고 대책위와 앞만 보면서 나아가겠다. 제 남편을 다시 살릴 수는 없지만 또 한 명의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게 오늘보다 내일 더 강해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편의 죽음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힘찬 외침이 정부 제일 높은 곳까지 닿길 바란다"며 "유족들의 외침에 힘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