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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행동, "'인사보복' 안태근 무죄취지 대법원 판결, '후안무치'"

등록 2020-01-13 11:08:31 | 수정 2020-01-13 15:27:33

13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열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안태근 무죄판결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쳤다. 2020.1.13. (뉴시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후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54·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행동)'은 13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투행동은 미투운동을 개인의 고발에서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이끌기 위한 연대 조직으로 2018년 3월 15일 출범했다. 출범 당시 340여 개 여성·노동·시민단체와 160여 명의 개인이 참여했다.

미투행동은 "1심과 2심에서 검찰 내 부당한 인사조치가 있었는지 상세한 심리를 거쳐 실형 2년의 형을 선고했던 것은 그동안 이와 같은 사건들이 쌓이고 묵혀온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었다"며, "그런데 2020년 1월 9일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동안의 성폭력 무마 은폐에 이용되어 온 수단이자 도구인 인사 불이익 조치와 그에 대해 책임을 묻고 처벌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눈감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조직내 성폭력 문제제기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통한 무마 은폐·입막음을 사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들여다봐야 하는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앞으로 그런 파악조차 필요없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검찰이 안 전 검찰국장에게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두고 대법원이 '재량'이라며 죄가 아니라고 판단한 대목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여러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송 사무처장은 "재량은 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재량이란 것이 온전히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대법원에 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반성폭력운동의 핵심은 잘못된 통념에 맞서 싸우는 것이었. 소위 '객관적'·'중립적'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이고 가해자 중심적인지 드러내고 비판하고 바꿔온 역사다. 그런데 재량이라니. 대법원은 재량을 말하기 전에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두루 살펴보아야 했다. 통념과 권력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은 없다"고 일갈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한국 사회를 미투 이전으로 원점 회귀시키려는 후안무치한 판결"이라며, "대법원 발 남성 카르텔의 역공"이라고 질타했다. 배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이 위계관계에서 발생하며 가해자가 어떻게 폭력을 행사하고 범죄를 덮으며 피해자를 고립하는지를 설명했다. 아래는 배 대표의 말이다.

"가해자는 본인의 범죄를 무마하기 위해서 내부를 단속하고 조직한다. 가해자들은 먼저 피해자가 조직 안에서 쓸모없고 무능하며 행실에 문제가 있다며 비하와 비방을 시작한다. 이런 말들은 피해자를 문제 있는 조직원으로 낙인찍는다. 조직 내 굳건한 남성 카르텔은 여기에서 강력하게 작동한다. 기득권 남성들로 조직된 남성 카르텔은 피해자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고 범죄사실에 대한 침묵을 조직한다. 상층카르텔에서 시작된 발화이므로 조직원들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적극적 혹은 소극적 동조만이 허용된다. 적극적 동조자들은 시작된 비방에 덧말을 붙이고 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는 문제 인사로 전락한다. 피해자에게 동조하는 조직원이 발생하면 같은 부류로 몰려 매도 당하게 된다. 피해자에 대한 협력자를 사전차단하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는조직 안에서 고립된다. 본(안태근) 사건에서도 이 과정이 진행됐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은 "안희정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유죄를 받은 것은 어쩌면 더 쉬운 판결일 수 있다. 가해자 하나 처벌하기는 쉬울 수 있다. 꼬리 자르기로 무마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안태근의 보복성 인사권 남용에 대한 무죄 판결은 미투 운동이 원하는 변화, 조직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미투운동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청년위원 역시 "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은 고질적인 2차 가해이자 피해 사실을 은폐시키는 도구"라며, "흔히 ‘남성 카르텔’이라고 불리는 조직의 견고한 위계와 결속 아래 가해자는 비호 받고, 피해자는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견디지 못해 조직을 떠나야만 했던 상황들이 늘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고를 바꾸지 못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대법원의 판결에 분노하며, 가해자의 명백한 위력에 의한 직권남용이 존재했음을 재판부가 분명히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